사우디 여성도 운전대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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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일 여성 운전금지 국가
내년 6월부터 운전면허 허용… ‘개혁 아이콘’ 살만 왕세자 영향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도 드디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 ‘여성 인권 탄압국’으로 국내외에서 지탄을 받아온 사우디가 여성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이와 같은 내용의 칙령을 발표하고 30일 내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6월부터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동안 정부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 발급을 금지했으며 여성이 차를 탈 경우 남성 후견인이나 운전사가 차를 운전하도록 했다. 내년 6월 전까지 정부는 여경 및 여성 운전강사 추가 고용 등 여성 운전 환경 인프라를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할 권리’는 논쟁의 대상이었다. 사우디 여성단체들은 약 10년 전부터 여성도 자동차 핸들을 잡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2014년에는 사우디 여성운동가 루자인 알 하슬룰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차를 몰고 사우디 국경을 지나려다 붙잡혀 73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사우디 내 보수 성직자들은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22일에는 한 성직자가 ‘여성이 쇼핑을 하러 갈 땐 뇌의 크기가 남성의 4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운전을 해선 안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일정 기간 종교 활동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엔 ‘개혁의 아이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역할이 컸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사우디의 탈석유 시대 개혁 정책인 ‘비전 2030’을 주도하며 그동안 제한됐던 여성의 사회 활동 참여 기회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결정으로 사우디 승용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와 현대자동차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여성#운전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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