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총선 D-7’ 메르켈 총리 4연임 유력…시름 깊은 사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7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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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독일 총선을 6일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번째 연임이 유력한 가운데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의 지나친 좌클릭이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16일(현지 시간) 선거 유세에서 “사민당은 선거 후 ‘적적녹’ 연정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아직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 국정은 실험이 아니다”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현재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 정부와 대연정을 하고 있는 사민당은 올해 초만 해도 선거 후에 좌파당, 녹색당과 함께 적적녹 연정을 꾸려 좌파 본연의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장담해 왔다.

올 초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대표는 ‘사회 정의’를 최대 선거 이슈로 부각시키며 기업에 노동자 참여를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한 최고경영자의 성과급과 퇴직금에 상한선을 도입하고, 실업급여를 늘리는 등 복지를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독일 경제가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 슐츠의 공약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지나치게 이데올로기 색채를 드러내면서 중도층에 반감을 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슐츠 대표는 “총선 후 누구와 연대할지는 당원이 결정할 문제”라며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14일 독일 공영방송 ARD 조사에서 사민당은 20%로 올해 들어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37%를 얻은 기민당과의 격차도 벌어졌다.

사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5월 대선과 6월 총선을 통해 몰락한 프랑스 사회당과 같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민당 의원들은 이번 총선에서 지더라도 절대 기민당과 연대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이 대세다. 2005년과 2013년 두 차례 총선 패배 후 기민당과 대연정을 한 이후 사민당의 존재감이 더 사라져 이어진 총선에서 더 큰 패배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짐은 국가 운영의 안정을 바라는 전통적인 사민당 지지층 이반을 가져오고 있다. 독일 일간 슈투트가르터 자이퉁은 “정권 안정을 위해 사민당보다 자유민주당을 찍자는 사민당 지지세력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ARD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민당 지지자 50%가 총선 이후 기민당과의 연대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총선에서 참패해 기민당이 비슷한 색채의 자유민주당과의 연대만으로 정부가 구성될 경우 사민당 연정이 아예 필요 없어지거나 혹은 연정을 해도 몸값이 떨어져 핵심 보직인 부총리나 경제장관직을 받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독일 사민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유럽 사회민주 계열 정당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은 2013년 창설한 전 세계 140개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단체들의 네트워크 ‘진보동맹’의 맏형 역할을 해 왔다. 최근 들어 프랑스 사회당, 영국 노동당, 스페인 사회당 등 유럽 지역 사회민주계열 정당은 선거마다 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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