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마크롱 佛서 재회…美 언론 “특이한 시기에 이상한 방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0시 31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다. 5월 워싱턴에서의 첫 만남에서 이를 악문 악수로 신경전을 벌인 미국과 프랑스 정상이 다시 만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방문 27시간은 국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13일 도착 직후 주프랑스 미대사관을 찾아 유럽 내 미군 장성, 외교관과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군사 역사박물관 앵발리드를 방문했다. 14일에는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개선문에서 전투기, 장갑차 등이 총동원되는 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한다.

지난달 말 마크롱 대통령의 초대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한 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특이한(ODD) 시기에 이상한(ODD) 방문”(미국 USA투데이)이라는 반응이다. 두 정상은 시리아 내전을 제외하고는 자유무역, 세계화, 유럽연합(EU), 난민 등 거의 모든 이슈에서 다른 생각을 보여 왔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으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당선인(71세)과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40세)의 살아온 길 역시 전혀 다르다.

그러나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냉혹한 외교 현실 속에서 두 정상의 치밀한 전략에 따른 초대와 방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개선문 군사 퍼레이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그가 1월 취임식 때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가적으로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프랑스를 도운 지 100주년을 맞아 ‘화려했던 영광’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계속된 ‘러시아 스캔들’로 약해진 리더십을 세울 수 있는 기회다.

1년 중 프랑스인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혁명 기념일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한 마크롱 대통령 역시 프랑스의 군사 위용을 미국에 과시할 절호의 기회다. 게다가 미국의 유럽 최고 우방인 영국은 브렉시트로 유럽과 멀어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영국과 독일을 제치고 프랑스가 미국의 최우선 유럽 파트너가 될 기회라는 것. 프랑스가 독일에 비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4분의 1 수준에 그쳐 무역 충돌 소지가 적고, 총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국내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메르켈 총리와 달리,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총선을 치러 프랑스 여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독일보다 유리한 대목이다.

장남의 러시아 내통 파문 이후 언론 접촉이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반응도 관심사다. 이번 파리 방문에는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동행하지 않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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