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국경 통제”… 이탈리아와 ‘난민 충돌’

  • 동아일보

오스트리아, 분산수용 제안 거부… 伊 “양국관계 악영향” 강력반발
EU, 긴급자금 지원… 伊 달래기

한동안 잠잠했던 유럽에 이탈리아발(發) 난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한스 페터 도스코질 국방장관은 3일(현지 시간) 일간 크로넨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로 몰려드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와의 국경 지역인 브렌네르 고개에 병력을 배치해 국경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대의 장갑차가 국경 지대로 이동했고, 750명의 병력이 대기 중”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헝가리나 슬로베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과의 국경은 유럽연합(EU)의 솅겐조약에 따라 여권 확인 없이 개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최근 자국으로 난민이 집중적으로 몰려들자 유럽에 분산 수용을 촉구해 왔다. 그런데 오스트리아가 분산 수용은 거부하면서 오히려 국경까지 통제하려 하자 발끈했다.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4일 성명을 통해 “즉각 수정되지 않으면 양국의 안보 협력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주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번 난민 갈등은 리비아를 중심으로 지중해를 넘어 이탈리아로 오는 아프리카 난민 수가 급증하면서 발생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지중해를 건넌 아프리카 난민은 8만5183명으로 지난해(7만1279명)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특히 여름이 되면 보통 난민 유입이 급증한다.

게다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양국 모두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반(反)EU 정당인 이탈리아의 제1야당 오성운동은 “우리 이웃이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하고 있는 걸 보라. 결국 유럽은 이제 죽었다”며 “정부는 즉각 이민자들을 실어 나르는 배가 이탈리아에 닿을 수 없도록 항구를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EU는 이탈리아에 3500만 유로(약 458억 원)를 긴급 투입해 난민을 계속 관리하도록 설득하기로 했다. EU 28개국 내무장관은 6일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이번 이탈리아 난민 폭발 상황에 대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오스트리아#이탈리아#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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