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화재 ‘불나면 그자리에 가만히 있으라’ “형편없는 아파트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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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15일 0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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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 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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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에는 ‘화재 시 가만히 있으라’는 아파트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영국 가디언은 그렌펠타워 측이 지난 2014년 주민들에게 배부한 소식지 내용을 전했다. 매체는 소식지에 “당신의 집 안, 또는 집 앞 복도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화재의 경우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다’(stay put)는 우리의 오랜 지침을 유지하겠다. 이는 그렌펠 타워가 엄격한 안전 기준에 따라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이날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렌펠타워의 주민들이 “형편없는 지침을 전달받았다”며 “감사하게도 주민들은 그 조언을 듣지 않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지침에 따라 방안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9층에 사는 주민 헤이넌 와하비는 “열려있는 거실 창문을 통해 재가 들어오길래 밖을 내다보자 불이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며 “가족과 함께 당장 건물 밖으로 나가 무사히 탈출했으나 같은 건물 21층에 사는 남동생 가족의 생사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와하비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동생은 ‘가족 모두 한 방 안에 모이고 문 아래를 수건으로 막으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나는 도망치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불은 동생이 사는 층까지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와하비 동생 가족 외에도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화재 직후 아파트 내부에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9층 주민 아디브는 딸이 자신을 깨울 때까지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며 경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1974년 지어진 그렌펠 타워는 지난해 외장재를 새로 덮는 대대적인 수리를 거쳤는데 이 때문에 화재가 더 빨리 번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생존자들에 따르면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풀어야 할 의문점이 많다. 런던에는 고층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나쁜 조언, 또는 관리 부족 때문에 사람들의 삶을 위험에 처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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