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단둥훙샹, 페이퍼컴퍼니 22개 만들어 北과 거래”

  • 동아일보

2009년 美 금융제재 강화되자 조세회피처에 설립 제재 피해
작년 6월 美 법무부에 꼬리 밟혀

북한에 핵 개발 및 미사일 재료로 전용 가능한 물질을 팔아 지난해 가을 중국 당국에 적발된 중국 단둥훙샹(鴻祥)실업발전공사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22개를 만들어 북한과의 거래에 활용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8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법무부의 자료를 인용해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후 미국의 금융제재가 강화되자 북한 정부가 단둥훙샹의 마샤오훙(馬曉紅) 대표에게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을 문의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마 대표는 2011년 6월 직원에게 지시해 파나마에 있는 법률사무소에 e메일을 보내 “북한의 은행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법률사무소 측은 “제재의 대상인 북한 기업이나 임원은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면서도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 대표는 답변을 받은 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세이셸제도에 페이퍼컴퍼니 5개사를 사들였다. 이들 페이퍼컴퍼니는 당초부터 판매용으로 만들어져 매입가가 개당 1100달러(약 123만 원)에 불과했다. 홍콩 등을 포함해 단둥훙샹이 북한과의 거래를 위해 세우거나 사들인 페이퍼컴퍼니는 총 22개다.

마 대표는 이들 기업의 명의로 중국 등의 금융회사에 계좌를 개설해 북한과의 거래에 활용했다고 한다. 신문은 “(이렇게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북한 금융회사나 기업의 이름이 전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국제 감시망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마 대표는 이 같은 방식으로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산화알루미늄 등 핵 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물질을 북한에 공급했다. 또 선박을 이용해 북한으로부터 석탄 등 천연자원을 사들이고, 북한과 합작기업을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꾸준히 사업을 확장했다. 신문은 “(한때) 단둥훙샹은 북-중 무역의 20% 이상을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둥훙샹이 세운 페이퍼컴퍼니들은 지난해 미 법무부에 꼬리가 잡혔다. 지난해 6월 미 법무부 직원은 단둥훙샹이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13곳 중 11곳이 등록된 주소지를 찾았다. 하지만 주소지 건물에는 다른 회사 간판이 걸려 있었다. 건물은 한산했고 드나드는 사람도 없었다. 신문은 “(주소지의 건물이)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가 밀집된 곳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 같은 사실을 중국에 통보한 뒤 지난해 8월 마 대표는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회사도 사실상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중국#단둥훙샹#페이퍼컴퍼니#북한#미국#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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