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초상화’ 지키려다 아들 잃은 男…北주민 “죽은 사람만 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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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5월 22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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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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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지키려다가 아들을 잃은 40대 남성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함경북도 무안군에 사는 40대 남성이 지난해 여름 홍수로 떠내려간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건지다가 아들을 잃은 사연을 소개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초상화와 아들의 목숨을 맞바꾼 이 주민은 이제야 통곡을 하며 후회하고 있다”면서 “주변에서도 ‘정신이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아들이 물에 떠내려가는데 초상화를 먼저 건질 수 있느냐’고 한마디씩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 남성의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해 대홍수 발생 당시 김정은 일가 우상화 선전물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선전 효과가 있는 사례만 소개하고 그 외의 사망 사고는 소개하지 않고 있으며 ‘장례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온성군에서도 30대 남성이 홍수에 통나무들이 내려오자 김 부자(김일성·김정일) 모자이크 벽화를 지키다 목숨을 잃었지만 위(당국)으로부터 위로의 한 마디 받지 못했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엔 수령의 권위가 묻어있기 때문에 재난 시 제일 먼저 지켜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이를 어길 시 엄벌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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