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란에서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사진)이 재출마하면서 단일 후보로 뭉쳐 중도 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맞서려던 보수 진영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란 핵 협상에 대한 심판으로 불리는 이번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출마는 사실상 로하니 대통령 재선을 도와주는 꼴이라 보수 진영의 ‘X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디네자드는 12일 이란 테헤란 내무부에서 시작된 대선 후보 등록 현장에 나타나 출마 서류를 제출했다. 5월 19일 대선을 위한 후보 등록 첫날 그의 깜짝 등장에 현장에 있던 선거 관계자들이 아연실색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로하니 전임자인 그는 2005∼2013년 재임했다가 4년 만에 다시 출마하는 것이라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그는 이란 정계의 절대적 존재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르며 출마를 강행했다. 하메네이는 “국가를 분열로 모는 사람은 대선 후보가 돼선 안 된다”며 그의 출마를 반대해 왔다. 아마디네자드는 2009년 재선 당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여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을 때 최고지도자의 지지 선언 덕에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권 말기 이슬람 성직자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기 권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최고지도자의 눈 밖에 났다. 그는 “최고지도자의 말은 그저 충고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가 출마 신청을 했다고 반드시 출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란은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가 출마 신청자의 자격을 검토해 출마를 허가해 주는데, 최고지도자의 입김이 강한 이 조직이 아마디네자드의 출마를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선 최종 후보는 27일 결정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