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핵옵션’ 발동… ‘고서치 대법관’ 관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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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필리버스터 시도 무력화… 입법-행정 이어 사법도 ‘보수 우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자(50·사진)가 민주당의 거센 반대를 뚫고 종신직인 대법관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연방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진보와 보수가 4 대 4로 팽팽했으나 고서치의 대법원 진입으로 보수가 5 대 4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대통령을 배출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데 이어 사법부까지 다수를 점하면서 입법·행정·사법부의 3대 축이 모두 보수로 바뀌게 된 것이다. 자신의 공약이던 ‘오바마케어 폐기’ 실패 등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뒤 의회에서 첫 승리를 거두며 국정 동력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원은 7일 본회의를 열어 고서치 대법관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의결했다. 당초 민주당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고서치 대법관 인준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공화당은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는 데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종전 ‘60석 이상’에서 ‘51석 이상’으로 낮추는 이른바 ‘핵옵션(nuclear option)’ 안건을 가결시켜 민주당의 시도를 무력화했다. 이어 52석을 차지한 공화당이 찬성표를 던져 필리버스터를 실제 막아 냈고 결국 고서치 대법관 인준을 관철했다. 필리버스터를 막는 이 제도는 ‘핵전쟁’처럼 막판에 파괴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에서 ‘핵옵션’이라 불린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 사망 이후 1년 2개월간 8명으로 운영되던 미 연방대법원이 9명 체제로 정상화됐다. 연방 항소법원 판사 출신인 고서치 신임 대법관은 보수적 가치를 지지한다. 그는 연방 정부의 권력보다 주(州) 정부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다. 개인의 종교 자유를 중시하며 ‘오바마케어’가 주장한 피임 및 낙태 관련 무료 보장이 시민들의 종교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취임 초부터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제동,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 좌초 등으로 휘청거리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 리더십에 탄력을 받게 됐다. AP통신은 7일 “고서치 대법관 인준안 통과는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내부자들에 대해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공화당이 성숙한 초당적 협력을 이끄는 데는 실패하고 ‘힘의 정치’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논평에서 “공화당은 화해를 이끌어 내는 의회 상원의 역량을 깎아내리는 대신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를 인준하는 데 권력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고서치#연방대법관#공화당#트럼프#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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