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만에… 또 거리로 나온 루마니아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쫓아낸 부패정권 1년만에 재집권… 부패공직자 사면 추진에 다시 반발


5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빅토리 광장은 ‘사임하라, 도둑들아’를 외치는 수만 명의 시민으로 가득 찼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공산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198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엿새째 계속됐다.

이번 시위는 소린 그린데아누 총리가 주도하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PSD) 연정이 지난달 31일 부패 사범을 대거 사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통과시키면서 시작됐다. 징역 5년 이내의 기결수와 직권남용에 따른 국고 손실액이 20만 레이(약 5500만 원) 미만의 부패사범 2500명을 풀어주겠다는 것. 교도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정권과 가까운 부패 공직자들을 풀어주기 위한 꼼수로 본 성난 국민은 거리로 나섰다.

불과 1년 3개월 전인 2015년 10월에도 같은 광장에서 같은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로 64명이 숨지자 모든 것이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국민의 불만이 폭발했다. 루마니아 반부패청(DNA)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000명을 권력 남용으로 기소해 총리를 포함해 장관 5명, 의원 21명 등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재판 중이다. 당시 시위로 쫓겨난 PSD 정권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1년 만에 권좌에 복귀했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월급과 연금 인상, 복지 강화라는 달콤한 공약으로 부패 전력을 가렸다.

PSD 정권은 반발이 거세지자 5일 만에 행정조치 폐지를 발표하며 백기를 들었다. 시민들은 현 정부를 못 믿겠다며 내각이 전원 사퇴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선거를 치른 지 두 달밖에 안 돼 정권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루마니아#반정부 시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