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트럼프 백악관의 ‘춘추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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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는 백악관 웨스트윙(서관)에 있다. 이곳에 백악관 기자실이 들어선 것은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였다. 닉슨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늘어나자 실내수영장이 있던 자리에 ‘웨스트 테라스 프레스센터(West Terrace Press Center)’라는 기자실을 만들었다.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때 ‘제임스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룸’으로 이름을 바꿨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 받았을 때 부상을 입고 불구가 된 제임스 브래디 당시 백악관 대변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브리핑룸에 가 보면 좁은 데다 소박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백악관 출입기자증이 있는 기자는 750명이지만 좌석은 49석밖에 안 된다. 매체 영향력이 큰 AP,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기자들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통령뿐 아니라 부통령, 비서실장, 대변인 등 백악관 고위 참모들의 사무실도 모두 웨스트윙에 있어 취재에 별 불편함이 없다.

 ▷대선 때 주류 언론과 척졌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기자실에 대못질을 할 모양이다. 기자실을 백악관 건너편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EEOB)이나 백악관 콘퍼런스센터로 옮긴다는 소식에 출입기자들이 발끈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인터넷 블로거나 라디오 방송 등 소규모 언론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백악관 밖에서 출입자들에게 부스러기 정보를 구걸하던 1890년대로 돌아가라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인 춘추관을 개방형 등록제로 바꿨다. 등록만 하면 인터넷 언론도 출입하도록 하는 대신 기자들이 비서실에 찾아가 취재하던 관행은 막았다. 트럼프도 까칠한 주류 언론 대신 든든한 우군인 인터넷 언론에 취재 문호를 열겠다는 생각이다. 트럼프가 14년 전 청와대 기자실을 벤치마킹하지는 않았겠지만 비판 언론에 대한 반감은 노 전 대통령 못지않은 듯하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트럼프#백악관#기자실#춘추관#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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