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일 훈련 거부한 정부, 中폭격기 침범은 분석만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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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미국과 일본이 제안한 한미일 대잠수함 전투 연합훈련이 한국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0일 전했다. 미일 양국은 한국군의 북한 잠수함 탐지능력이 약하니 해상 테러나 게릴라 공격,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기초한 새로운 연합훈련을 제안했는데 한국이 국민 여론과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반대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는 “훈련 목적과 방식을 결정할 수 없는 초기 단계 논의였다”며 우리 반대로 무산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미일이 제안하기 전에 먼저 하자고 해도 모자랄 판에 초기 단계 논의에 불과했다는 반응 자체가 위기감이 전혀 없는 안이한 인식이다. 안보까지 포퓰리즘에 맡기겠다는 것인지, 우리의 동맹국이 미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리고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론을 의식해 연합 군사훈련 반대 결정을 내렸다면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말은 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을 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은 북한과 조중(朝中)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중국과 국제법상 적이다. 적의 반발을 의식해 자위권을 포기하는 군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인가. 지금 한국은 한가하게 미국과 중국 사이를 줄타기하며 ‘전략적 모호성’ 같은 말을 내세울 처지가 아니다. 우리가 서있는 자리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 와중에 중국 폭격기 등 군용기 10여 대가 9일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4∼5시간 기습 침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중국이 최신형 폭격기(H-6) 6대를 동원해 이어도 상공에서 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까지 사정권에 넣는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채 무력시위를 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군은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 신중하게 추가 분석 중”이라고 했지만 언제까지 분석만 할 건가.

 중국 군용기는 지난해 1월과 8월에도 각각 2대, 3대가 KADIZ를 침범했다. 똑같은 방식의 도발을 세 번이나 했는데 우리 군은 이렇다 할 경고조차 않고 있다. 중국의 이번 움직임은 GSOMIA 체결에 따른 한일 군사협력 시스템을 시험해 보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긴밀해짐에 따라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도 커질 수밖에 없다. 동북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라가 결딴난다.
#한미일 대잠수함 전투 연합훈련#한국방공식별구역#한미일 안보협력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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