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진행자 바꿔” 60년 전통 깬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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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11명 행사 맡았던 80대… e메일 ‘해고’ 통보에 “실연의 아픔”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대통령 취임식의 전설’로 통하는 진행자 찰리 브로트먼(89)을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선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인수위원회 측이 그를 섭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8일 CNN은 “트럼프가 취임식마다 퍼레이드를 중계했던 아나운서 브로트먼을 배제하며 60년간 이어져 온 전통을 깨뜨렸다”라고 보도했다.

 브로트먼은 1957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34대) 취임식 때부터 2013년 재선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총 11명의 대통령 취임식 진행을 도맡은 베테랑이다. 브로트먼은 지난주 인수위 측으로부터 ‘귀하가 워싱턴의 상징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는 점을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사람이 진행을 맡을 것입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예년처럼 대통령 취임식 진행을 맡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그는 “메일을 받고 마음이 무너졌다. 마치 실연을 당한 것 같았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후임으로 지명된 사람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스티브 레이(59)다. 트럼프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도맡았던 그의 충성심이 이번 ‘깜짝 발탁’의 배경일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레이는 “브로트먼은 전설이다. 난 그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라, 그저 후임이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퍼레이드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다. 취임식에 참석한 VIP와 스타, 수많은 미국민에게 이 장면을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현장 중계하는 게 취임식 진행자의 역할이다. 차량이 잠시 멈출 때에도 가벼운 농담과 유머를 곁들여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프로야구팀 워싱턴 세너터스의 경기 중계방송 아나운서로 이름을 날렸던 브로트먼은 취임식을 물 흐르듯 중계하는 노련함을 갖춰 정권이 바뀌어도 마이크를 빼앗겨 본 적이 없다.

 인수위 측은 레이에게 자리를 내주는 브로트먼을 ‘명예 아나운서’로 칭하며 취임식 현장의 VIP석에 모시기로 했다. 브로트먼은 “나는 새 진행자 레이가 잘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시 찰리가 돌아오길 바란다’는 말을 듣고 싶진 않다”라고 말했다. 올해 그는 VIP석에서 새 대통령을 맞게 될까? 그는 “아직 참석할지 말지도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취임식#트럼프#브로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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