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주요 언론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의 26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이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은 아베 총리에 앞서 1950년대에 일본 현직 총리 3명이 이미 진주만을 방문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5일 아베 총리의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본 현직 총리 최초의 진주만 방문’이라고 소개했지만 4번째 방문이 되는 셈이다.
2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와이에서 발간되는 일본어 일간지 ‘하와이호치(報知)’는 1950년대에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총리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1956년 10월 29일 모스크바에서 러-일 교섭을 마치고 귀국길에 호놀룰루에 기항해 해군본부를 방문했고, 기시 총리는 이듬해 6월에 방미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과 회담한 뒤 호놀룰루에 들렀다. 이 신문 1957년 6월 29일자 영어판은 “기시 총리가 28일 진주만을 방문해 국립 태평양기념묘지에 헌화했다”고 적었다.
앞서 8일 일본의 한 인터넷 언론도 “진주만을 처음으로 찾은 현직 총리는 1951년 9월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며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해 위령하는 것은 아베 총리가 현직 최초”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애리조나 기념관은 1962년 건립됐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하와이호치 보도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외무성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것은 이번 방문이 급하게 추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한 것에 대해 버락 오바마 정권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 뒤 일본 측이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제안하고 서로 상세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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