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작은동네도 구석구석 누볐는데” 클린턴의 ‘FBI 탓’ 꼬집은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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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유리한 인구 구성 덕을 봐서 아이오와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다. 87일을 투자해 작은 동네 하나, 마을박람회 하나 빠뜨리지 않고 찾아가 유권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이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밝힌 민주당 대선 패배 원인 분석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평가와 사뭇 달랐다. 클린턴은 “연방수사국(FBI)의 ‘근거 없는’ e메일 스캔들 추가수사 방침이 추진력을 막았다”며 대선 패배 원인을 외부에서 찾은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현장 기반의 ‘풀뿌리 전략’ 부재를 꼽았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클린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과 달리 백인노동자 계층에게 다가가지 못한 클린턴을 질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러스트벨트(쇠락한 동북부 공업지대)’ 유권자들의 변심은 클린턴에게 결정타였다. 최근 6번의 대선에서 줄곧 민주당을 지지한 펜실베이니아 주와 위스콘신 주가 공화당으로 돌아섰고, 아직 미시간 주도 15일까지 96% 개표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앞서 있다. 특히 클린턴은 위스콘신을 자신의 ‘텃밭’으로 여기고 선거운동 중 한 번도 찾지 않았다가 2만 표 차이로 패배했다.

 클린턴은 TV토론을 앞두고는 토론 준비에 매진하며 현장 유세에서 며칠간 모습을 감추기도 했다. 9월 말 열린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가 이 점을 물고 늘어지자 클린턴은 “토론 준비를 하면서 대통령이 될 준비도 했다”고 받아쳤다. 대선 막바지까지 현장을 찾았던 트럼프의 판단이 옳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직전 날인 7일 최대 경합주였던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는 물론이고 뉴햄프셔와 미시간까지 총 5개 주에서 유세를 벌이는 강행군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이 더 부지런해야 했다고 지적이라도 하듯 “우리는 (상대 당보다) 더 좋은 생각을 갖고 있지만 사람들이 듣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지역을 다 찾아가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50개 주를 모두 찾은 역사상 네 번째 대통령일 만큼 현장에 대한 애착이 깊다. 오바마 외에 리처드 닉슨,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50개 주를 모두 방문한 대통령으로 기록돼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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