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에 맞는 떡만 찾는 트럼프…美 민주주의의 퇴보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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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국제부 기자
권재현 국제부 기자
미국 대선이 이제 현지시간 기준으로 19일 남았습니다. 3차례의 TV토론까지 마친 상황에서 미국 언론은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와 도널드 트럼프의 패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나 봅니다.

19일 밤 마지막 토론회에서 대선 결과의 승복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때 가서 말하겠다. 끝까지 애를 태우겠다”던 그는 20일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유세에서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점을 약속·공언하고 싶다. 만약 내가 이긴다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확실한 선거 결과만 수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결과가 의심스럽다고 느껴지면 나는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질 경우 이를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셈입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비판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클린턴 지지유세에서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선거에 대해 사람들 마음 속에 의심의 씨앗을 뿌리려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자 이적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는 “민주당에 대한 확실한 지지로 트럼프가 선저에 지고도 딴 소리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자기 입맛에 맞는 떡만 찾아먹는 트럼프의 유아적 행동은 계속됐습니다. 이날 오하이오주에서 NBC 지역방송과 인터뷰 중 “인종차별주의자나 성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불편한 질문을 받자 자리를 박차고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더 힐지가 보도했습니다. 그는 오하이오 지역방송 WBNS과 또다른 인터뷰에서도 트럼프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10번째 여성으로 나선 유명 요가강사 카레나 버지니아(45)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그 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말은 왕조국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민주주의 역시 끝없이 가꾸고 단련시키지 않으면 ‘중우정치’로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오래된 근대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벌어지는 ‘트럼프 현상’이야말로 살아있는 중우정치의 증좌 아닐까요.

권재현 국제부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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