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영아 사망률, 내전 중인 시리아보다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2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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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한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아기들이 물건을 담던 종이박스에 나란히 누워 있다.(사진=클라린)
베네수엘라 한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아기들이 물건을 담던 종이박스에 나란히 누워 있다.(사진=클라린)
베네수엘라의 영아 사망률이 내전 중인 시리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경제난 탓에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들이 제대로 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무상의료를 제공해 한때 남미의 복지국가로 여겨졌던 베네수엘라는 최근 저유가 등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5월 베네수엘라에서 사망한 신생아는 4074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높은 수치로 2012년에 비해선 50% 늘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영아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 당 18.6명으로 내전의 참상을 겪고 있는 시리아(15.4명)보다 많다.

베네수엘라의 영아사망률은 최빈국 남수단, 콩고와 비슷한 수준이다. 남수단이나 콩고처럼 열악한 국가에선 점차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베네수엘라 영아 사망률은 계속 치솟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동부의 한 병원에선 올해 초 인큐베이터가 하나밖에 없어 큰 혼란을 겪었다. 미숙아 두 명 중 한 명만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 있어 남겨진 아이는 결국 사망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병원 냉장고가 망가져 우유 보관할 곳조차 없다"며 "의료에 필요한 모든 비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아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베네수엘라의 기초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WSJ는 지적했다. 경제난이 가속화되면서 현재 필수 의약품 중 80%는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고, 이곳저곳에서 식수가 끊어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엔 누일 곳이 없어 종이상자에 신생아들을 눕힌 병동의 사진이 퍼지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저유가로 극심한 경제침체에 빠져 있다. 현지에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한 대규모 집회와 시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자넷 커리 프린스턴대 교수(건강·복지센터 담당)는 "영아 사망률은 정부 관리의 기본적 기능이 망가지는 곳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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