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텀프 스톡옵션 451억원 몰수

美웰스파고 ‘유령계좌 스캔들’ 책임 추궁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의 존 스텀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유령계좌 스캔들’ 때문에 4100만 달러(약 451억 원)를 몰수당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웰스파고 이사회가 스텀프 CEO에게 지급됐던 스톡옵션의 일종인 ‘언베스티드 스톡(unvested stock)’을 박탈했다고 27일 보도했다.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일부 직원들이 고객 몰래 유령계좌를 개설하고 수수료를 챙긴 부정행위가 일어난 데 대한 징계다. 1억8500만 달러(약 2035억 원)에 이르는 벌금을 물게 된 웰스파고 은행은 유령계좌를 멋대로 만든 직원 5300명을 지난 5년간 해고해 왔다고 밝혔으나 경영진도 스캔들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8일 일부 웰스파고 직원들이 2011년부터 고객의 동의 없이 200만 개에 이르는 입출금 및 신용카드 유령계좌를 개설해 왔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고객 한 명당 8개의 상품을 판매하도록 목표를 설정했는데 실적 부진으로 해고당할 것을 두려워한 직원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e메일 계정을 만들고 서명을 위조해 계좌를 만든 뒤 허위로 실적을 맞추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웰스파고 직원은 이달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이러한 부정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를 줬지만 실적을 맞춰야 한다는 현실에 부딪혔다”고 털어놨다.

　징계를 받게 된 스텀프 CEO는 조사받는 동안 월급도 받지 못한다. 부정행위가 일어났던 당시 웰스파고 소매금융 대표였던 캐리 톨스테트도 1900만 달러(약 209억 원)어치의 언베스티드 스톡을 잃게 됐다.

　의원들은 스텀프 CEO가 지난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자 “일반 직원만 해고되고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없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사퇴해야 한다. 경영진이 교도소에 가야만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은 변화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상원 은행위원회의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답해지지 않은 질문이 많다”며 조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브라운 의원은 아직 얼마나 많은 고객이 피해를 봤고 유령계좌를 만드는 관행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젭 헨설링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도 “청문회를 통해 어떻게 이 같은 대형 사기가 일어났는지 알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