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 발생 31% 줄어… 탄력 받는 ‘두테르테 공포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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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 선포후 45일간, 592명 현장사살… 55만여명 자수
“인권-법치 무시” 비판 커져가도… 필리핀 국민 90% 이상 “지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력 범죄가 크게 줄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마약 용의자 현장 사살 등 인권과 법을 무시한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는다.

15일 필리핀뉴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실은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범죄가 5만8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줄었다고 발표했다. 살인 강간 강도 등 중범죄는 1만1800건으로 지난해 대비 31% 감소했다. 마틴 안다나르 대통령실 공보실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담한 행동은 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필리핀에선 7월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마약 용의자 8332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592명은 단속 현장에서 사살됐다. 강력 단속에 겁먹은 55만4243명이 자수했다. 정치인 관료 법조인 등 마약 연루 의혹이 있는 160여 명의 명단도 공개됐다. 그러나 사법 질서를 와해하는 마약 용의자 현장 사살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마약 용의자 사살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했고, 엘리자베스 트뤼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법치와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학생들은 11일 마닐라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마약 용의자 단속에서 정당한 법 절차를 밟으라고 촉구했다. 필리핀 가톨릭주교회는 “돈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댄다. 일자리를 주는 게 마약 매매를 멈추게 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출신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체포영장 발급에 2, 3개월이 걸린다. 마약 용의자 60만 명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마약 매매에 연루된 지방 정치인들까지 잡아들이고 있다. 2일 필리핀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오후 롤란도 에스피노사 레이테 주 알부에라 시장이 마약 판매 혐의를 받는 아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시장 부자에 대한 사살을 명령했다. 에스피노사 시장은 2일 경찰에 자수했으나 아들은 도주했다.

민심은 두테르테 편이다.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랜 기간 치안 불안에 시달려 온 필리핀 국민들은 90% 이상이 ‘공포 정치’를 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민심에 힘입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조직에서 지방 정치인, 부패 기업인 등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필리핀#두테르테#마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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