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무장단체 加인질 참수, 트뤼도-두테르테에 ‘불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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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가족 독자 몸값 협상 알려져… ‘협상 절대불가’ 트뤼도에 비난 쇄도
“범죄자 모두 처형” 공언한 두테르테… 참수후 “아직 당선인 신분” 침묵

총 조직원이 300여 명에 불과한 소규모 필리핀 이슬람 무장단체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슬람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아부사야프는 13일 인질로 잡고 있는 캐나다인 관광객 로버트 홀 씨(51)를 참수했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밝혔다. 아부사야프는 앞서 4월에도 캐나다인 인질 존 리즈델 씨(69)를 살해했다.

아부사야프는 지난해 9월 21일 필리핀 남부 사말 섬 휴양지에서 리즈델 씨와 홀 씨, 홀 씨의 현지 여자친구인 마리테스 플로르 씨(49), 그리고 리조트 매니저인 노르웨이인 키아르탄 세킹스타 씨(57)를 납치하고 1인당 600만 달러(약 70억8000만 원)의 몸값을 요구했다. 트뤼도 총리는 희생자와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무장 세력이 공포를 퍼뜨리고 사람들에게 비열한 고통을 주는 것에 캐나다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인 인질 2명이 희생되면서 ‘인질범과는 절대 협상 불가’ 원칙을 견지했던 트뤼도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무장단체가 공개한 동영상 속에서 홀 씨는 “정부는 우리를 구출하기 위한 몸값을 지불할 여력이 있다. 정부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후 홀 씨 가족들이 자체적으로 140만 달러(약 16억5000만 원)를 마련해 무장 세력과 직접 협상에 나섰지만 “금액이 적다”며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범죄자를 모두 처형하겠다”며 강성 발언을 했던 두테르테 당선인도 정작 민감한 범죄 사안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5월 24일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안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캐나다인의 참수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CNN이 15일 보도했다. 당선인 대변인은 “두테르테는 아직 당선인 신분이며 지금은 현 정부가 처리할 때다. 취임(30일) 하면 대통령이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예정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필리핀#두테르테#무장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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