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언론관 노골적으로 드러낸 세계 대표 ‘막말 정치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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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어이, 거기 추잡한 인간… 정치기자, 정직하지 않아”
두테르테 “부패 언론인은 개×× 총에 맞아 죽어도 싸다”

트럼프
“당신은 추잡한 기자다.”(트럼프)

“잘못을 저지른 기자는 죽어도 싸다.”(두테르테)

21세기 대표적인 마초형 리더들이 언론을 향해 다시 한번 막말을 퍼부었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와 그에 못지않은 거친 입담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71)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기자회견 도중 자신의 참전용사 기부금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내가 한 일에 대한 공(功)을 원하지 않지만 억울하게 비난받는 것도 싫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신이 (기부금) 수치를 과장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트럼프는 ABC방송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이, 거기 추잡한(sleazy) 인간, 사실관계를 잘 아는데 이를 모른 체하고 있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그는 “정치 담당 기자들은 그동안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 가장 부정직한 집단에 속한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참전용사 후원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이 낸 기부금 1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560만 달러(약 66억7000만 원)를 모금해 여러 참전용사 단체에 후원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회견 말미엔 “당신이 집권하면 언론과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럴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예전에도 뉴욕타임스가 자신의 여성 편력 의혹을 보도하자 “망해가는 뉴욕타임스가 나를 흠집 내고 있다”고 언론사를 비난했다. 기자 20명을 동원해 ‘트럼프검증팀’을 가동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에 대해선 “(사주인) 제프 베저스가 신문의 힘을 이용하고 있어 정치인들이 (베저스가 창업한) 아마존에 과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저널리즘스쿨의 캐서린 제이미슨 교수는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언론에 ‘추잡한 인간’들만 있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그의 언론관을 접하고 본선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의 적대적인 발언은 지난달 31일 그의 고향인 다바오 시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에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필리핀에서 계속되는 언론인 암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죽을 만한 짓을 했으니 죽인 것 아니겠느냐”며 “마약상 강간범 살인범은 당연히 사형당해야 하고 부패한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부패한 언론인을 “개자식(son of bitch)”이라고도 했다.

필리핀은 최근 30년간 기자 174명이 암살돼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힌다. 지난달 27일엔 범죄 전문기자 알렉스 발코바가 수도 마닐라 거리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2003년에는 두테르테 당시 다바오 시장의 초법적인 범죄와의 전쟁을 맹비난하던 라디오 진행자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이날 당시 사건을 언급하며 “그는 아주 썩은 언론인이었고 죽어 마땅했다”고 했다. 또 “내가 언론인을 죽인다면 분명히 그럴 만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범죄율이 높은 필리핀에서 열린 지난달 대선에서 ‘취임 6개월 안에 범죄자의 씨를 말리고 부패를 청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압승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김수연 기자
#트럼프#트럼프현상#두테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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