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이 늘면서 ‘글로벌 파시즘’이 재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붙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로 대표되는 파시즘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 경제난 속에 유럽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불붙기 시작해 세계로 번져 나갔다. 미국과 소련이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민주주의 체제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파시즘이 부활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어른거렸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에 비견하는 일은 미국 정치에선 정적에 대한 비판으로 종종 등장했다. 그러나 트럼프에게서 파시즘의 기미를 읽어내는 것은 이런 수준을 뛰어넘는다. 로버트 케이건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일 워싱턴포스트 칼럼 ‘파시즘은 이렇게 미국으로 오고 있다’에서 파시즘이 이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 대한 열광적 추종으로 형성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집권은 미국이 2차 대전 때 그렇게 싸웠던 파시즘 국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파시즘 부활론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도 제기된다. 국가 권력의 강화와 공격적 민족주의 내지 인종주의를 내세우는 국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의 터키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뿐만 아니라 극우파가 대통령이 될 뻔한 오스트리아, 난민 유입을 막겠다며 국경에 철조망을 세운 헝가리와 이에 동조하는 폴란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 독일에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강경책을 쏟아내는 이스라엘도 자유로울 수 없고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아랍권 테러집단 역시 ‘이슬라모파시스트’로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파시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팩스턴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와 이민자의 유입은 (파시즘의 도래를 알리는) 원투 펀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을 인정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도 미국 쇠퇴론과 우리와 그들(이민자)을 가르는 이분법적 메시지가 파시즘의 메아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일된 복장과 폭력적 청년단체를 만들지 않았고 개인주의와 규제 완화를 혐오하는 강력한 국가주의적 신념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파시즘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찰스 그랜트 유럽개혁센터 소장 역시 “파시즘은 소수자에 대한 악마화, 비판에 대한 폭력적 대응 조장, 전쟁도 불사하는 호전적 대외정책, 극단적 외국인 혐오, 법에 의한 지배라는 자유주의적 질서에 대한 경멸을 뜻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극우 성향 정당을 곧 파시즘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파시즘 연구의 또 다른 권위자인 스탠리 페인 위스콘신대 명예교수는 “20세기와 전혀 다른 형태의 우익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 민족주의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다”며 21세기형 파시즘의 출현을 경고했다. 로저 이트웰 영국 바스대 교수는 이를 ‘비자유적 민주주의’라 명명하면서 “1당 독재보다는 선거를 통한 체제 정당화를 시도하며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하거나 조종하고 정적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정치분석가 릴리아 …초바는 “서구사회의 네오파시즘이 위기나 기능 상실에서 출현한다면 러시아와 터키의 네오파시즘은 서구적 자유주의 개념의 부재를 채우기 위한 시도에서 출현하고 있다”며 “문제는 지금 서구의 정치 리더십이 이런 흐름에 맞서 싸우기에 너무 약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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