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졸업식 시즌 시작과 동시에 곳곳 ‘축사거부 시위’ 몸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22시 02분


코멘트
“올브라이트는 유엔대사나 국무장관 시절 여러 내전과 민간인 학살을 방조한 사실상의 ‘전쟁범죄자’이며 정치적 동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요구하는, 왜곡된 남녀평등주의자(페미니스트)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79)이 14일 오후 캘리포니아 내 명문 여대인 스크립스 칼리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기 전 교수 28명은 이런 이유로 그의 연설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학생 10여 명은 졸업식에 공식 가운 대신 평상복을 입고 참석해 항의의 뜻을 표시하는 등 지난 몇 주 간 이 학교는 ‘올브라이트 축사거부 항의 시위’에 시달렸다고 LA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일부 학생들은 “서로 돕지 않은 여성에겐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는 올브라이트의 클린턴 지지 발언을 문제 삼아 “우리는 ‘한 여성’(클린턴)을 위해서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을 위해 투표할 것”이라는 항의 푯말을 학교 곳곳에 걸어놓기도 했다.

올브라이트는 이런 항의 시위를 의식해 축사에서 “우리는 각자의 서로 다른 의견을 생산적인 토론을 끝장내는 용도로 쓰지 말고 그런 토론을 시작하는 소재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이날 연설은 무사히 끝이 났다.

LA타임스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학 졸업 시즌을 맞아)명연설뿐 만 아니라 졸업식 축사 인사에 대한 다양한 항의 시위도 관심을 끈다”며 거센 반대로 졸업식 축사가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뉴저지 명문 주립대 럿거스대의 졸업식 축사연설자로 초청됐는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침공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항의 시위가 거세지자 스스로 축사를 취소했다.

같은 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의 매사추세츠 주 노스햄턴의 여자대학 스미스 칼리지 졸업식 축사도 무산됐다. 강경 진보 성향의 교수와 학생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인 IMF는 가난한 나라들의 위기를 먹고살면서 지구를 망치고 있다”며 강하게 거부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일부 명사들은 축사 대가로 10만 달러가 넘는 고액을 받아가는 바람에 학자금 빚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