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대리인’서 ‘민주화의 가교’로…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조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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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성 출신인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71)이 54년에 걸친 미얀마 군부 통치를 마감하고 30일 물러났다. 미얀마 민주화의 영웅인 아웅산 수지 여사의 최측근 틴 초(70)가 이날 수도 네피도 국회의사당에서 제9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역사적인 민정 이양을 마무리한 것이다.

미얀마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30일 ‘군부 대리인’에 그치지 않고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보장해 ‘민주화의 가교’ 역할을 해낸 테인 세인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 BBC방송도 “그가 미얀마 개혁이라는 유산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1968년 소위로 임관한 테인 세인은 2010년까지 42년 동안 복무한 군인이었다. 2004년 10월 군정의 핵심 기구인 국가평화개발평의회(SPDC) 제1서기를 맡으며 국정에 발을 들여놔 2007년 군복을 입은 채 국무총리에 취임했다. 2011년 3월 19년 동안 독재자로 군림했던 탄 슈웨 전 SPDC 의장 뒤를 이어 국가수반인 대통령에 취임했다.

탄 슈웨 전 의장의 심복이었던 테인 세인은 취임 당시 ‘군부 대리인’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탄 슈웨가 현직에서 물러나자 예상을 깨고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야당 탄압을 완화하고 정치범을 석방했으며 2012년 반세기 이상 이어진 언론 사전검열 제도를 폐지했다. 그의 개혁 조치로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도 했다. 아웅산 수지마저 언론 인터뷰에서 테인 세인 정부의 개혁조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올 1월 의회 연설에서 “평화적인 정권 교체는 미얀마 국민의 승리”라며 정권 이양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군부 출신인 자신이 문민정부에 권력을 넘기는 게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새 대통령에 취임한 틴 초는 현행 헌법에 따라 당장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수지 여사를 대신하는 ‘대리 대통령’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정권을 이어 받을 수 있었지만 영국인과 결혼한 수지 여사는 대통령에 선출될 수 없었다. 군부정권이 2008년 헌법을 고쳐 직계 가족에 외국인이 포함되면 대선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수지 여사는 이날 외교부 장관에 취임하며 다른 장관 17명과 함께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전체 21개 장관직 중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대통령실장, 전력에너지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 4개 장관직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총선 직후 “내가 실질적 대통령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겠다”며 권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그는 사실상의 대통령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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