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돈줄’ 막힌 푸틴… 국영기업 매각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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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장기화로 경제난에 빠진 러시아가 대형 국영기업 지분을 민간에 팔아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1일 7개 국영기업 사장단을 불러 민영화 논의를 시작했다.

지분 매각 대상 국영기업에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러시아 대표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종업원이 90만 명인 러시아철도가 포함됐다. 바시네프트(석유), 알로사(다이아몬드광산), VTB(은행), 솝콤플로트(조선)도 지분 매각 대상이다. 모두들 서방 기업들이 넘볼 수 없었던 러시아의 핵심 산업이다.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석유 생산량의 40%, 세계 석유 생산량의 5%를 점유하고 있으며 3년 전만 해도 일일 생산능력이 450만 배럴로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로 꼽혔다. 유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많이 줄긴 했지만 1일 현재 가치는 2조8600억 루블(약 45조 원)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회사 지분 69.5%를 갖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까지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해 왔지만 배럴당 30달러대 유가가 지속되면 올해는 석유 및 가스에서 재정 수입의 35%밖에 얻지 못한다. 올해에만 약 260억 달러(약 31조4000억 원)의 예산 결손이 예상된다. 이 부족분을 국영기업 지분 매각으로 채우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국영기업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궁지에 몰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6년 동안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철권 통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주요 돈줄인 기업과 기간산업을 꽉 틀어쥐고 포퓰리즘(인기영합적) 정치를 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마저 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러시아는 201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4000달러대였지만 지난해엔 8000달러대로 반 토막 가까이 났다. 올해 국민 소득이 더 줄게 되면 푸틴 대통령의 인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궁지에 몰려 울며 겨자 먹기로 기간산업의 지분을 매물로 내놨지만 100% 민영화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1일 “국가가 전략적 기업들의 통제권을 잃거나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안 된다”며 “국영회사는 러시아에 등록된 구매자들에게만 팔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푸틴#러시아#저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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