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안 당하려면 여자가 조심해야” 獨 시장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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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월 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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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자와 한 팔 간격을 유지해야 여자가 성추행을 안 당하지….”

새해 독일 쾰른 시 도심에서 중동·북아프리카계로 추정되는 남성 1000여 명이 집단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쾰른 시장이 여성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밤부터 1일 새벽 쾰른 중앙역 광장에서 열린 새해 축제에서 중동·북아프리카계로 추정되는 18~35세 남성 1000여 명이 독일 여성들을 집단으로 추행하고 물건을 훔치거나 강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6일(현지시간)현재 100명이 넘는 여성들이 피해를 신고했지만, 워낙 가해자가 많은 탓에 경찰은 아직 범인들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여성인 헨리에테 레커 쾰른 시장이 ‘여성들이 몸가짐을 똑바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레커 시장은 5일(현지시간) 경찰국장 등과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예방책을 논의하던 중 “새로운 범죄 예방책에는 ‘여성의 행동규범 갱신’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낯선 사람과 한팔 정도 간격 유지 △무리에서 떨어지지 말기 △주변 행인에 도움요청하기 △피해를 볼 경우 경찰에 신고하기 등이 성범죄 예방책으로 나왔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여성들의 행실’에 초점을 맞춘 예방책이 나오자 독일 언론은 물론 영국 BBC와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트위터는 분노로 폭발했다. 레커 시장을 풍자해 ‘한팔 간격’(einearmlaenge)이라는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나갔다.

“팔 길이가 강간을 막는 데 무슨 도움이 되나”, “나는 여자를 성추행했지만, 그녀가 한팔 간격 안에 들어와 있으니 괜찮아”, “빙산과 한 팔 간격을 유지했으면 타이타닉은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정치인의 뇌는 머리에서 한 팔 길이 떨어져 있다”, “내무장관은 정확한 팔 길이 수치를 공표하라” 등 조롱 글이 트위터에 올라와 큰 호응을 받았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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