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을 ‘창조경제센터’로 만든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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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中企대표들 국빈만찬장 불러
제품 시연-대기업 투자 연결 지원… 국방부-국가안보국도 노하우 제공

“어, 이건 내게 필요한 서비스네. 백악관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여기서 살 수 있네요.”

4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내 국빈만찬장. 정상회담 후 대형 연회가 주로 열리는 곳이지만 이날은 미 전역에서 엄선된 30여 개의 유망 중소기업 대표들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중 ‘파트픽’이란 업체가 전시하고 있는 ‘화상 제품 주문 서비스’에 유독 관심을 보였다. ‘파트픽’은 나사, 전구 부품 등을 교체하려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면 이 제품의 이름과 규격, 판매업체 등 상세 정보를 즉시 제공해 주는 서비스. 오바마 대통령은 신기한 듯 서비스를 체험한 뒤 “얼마 전 집무실 가구에서 나사가 하나 빠졌는데 이 서비스로 구매해 봐야겠다”며 이 회사의 주얼 버크스 대표에게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청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데모 데이’ 행사가 처음 열렸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이 대통령 앞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시연하고 대기업과 벤처투자회사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백악관에서 가장 큰 공간 중 하나를 몇 시간 동안 내준 것이다. 2009년 취임 후 줄곧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판 창조경제’의 생생한 현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표들과 1시간 넘게 만나 상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제품을 사용해 봤다. 백악관은 이 장면을 홈페이지로 실시간 생중계하며 오바마 정부의 창업 지원 의지를 부각시켰다. 이날 행사에는 20대에 교통사고로 18개월 가까이 의식을 잃었다가 기적적으로 재활해 정보검색 업체를 차린 전직 여성 해병대원, 노인들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션 센서’ 기술을 이용한 동선 관리 프로그램을 내놓은 대학교수 등 ‘창업 천국’ 미국의 주인공들이 모여 관심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과 만난 뒤 20여 분간의 연설에서 “도전적인 창업과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지금의 미국을 가능케 했다”며 “중소기업 창업 지원을 위해 대기업과 연방 기관이 더욱 과감히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12개 글로벌 선도기업이 중기 창업 지원을 위한 투자 및 멘토링 프로그램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구글, 아마존처럼 혁신형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기업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창업 비법을 전수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여기에 국방부, 국토안보부, 국가안보국(NSA) 등 연방 기관은 선별 작업을 거쳐 보안 전문 중소기업들이 정부 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제공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5년간 창업이 미국 전체 일자리 창출의 40%를 차지해 왔다”며 중소기업 육성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체 혁신형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은 3%, 흑인 등 소수 인종은 1%에 불과하다”며 “더 활발한 창업을 위해 여성과 소수 인종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제2의 스티브 잡스는 스테퍼니(여성 이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성공 창업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단순히 창업 지원 방안 발표에 그치지 않고 내년 이맘때 두 번째 ‘데모 데이’ 행사를 열어 1년간의 성과를 점검할 계획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백악관#오바마#창조경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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