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70년만에 사실상 ‘군대’로… 日 군사대국화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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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집단자위권’ 각의 통과
아베, 北-中 도발 명분 앞세워 8월초까지 국회통과 확실시
자위대 활동 전세계로 확대… 동맹국 공격 받아도 무력행사
국회 사전승인 받으면 언제든 출동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0년 만에 자위대를 사실상의 군대로 격상하는 11개 안보법률 제정·개정안을 1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이로써 일본이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어한다는 ‘전수(專守) 방위 원칙’이 허물어졌다.

아베 내각은 이날 각의를 열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률 제정·개정안을 의결했다. 아베 내각은 15일 이 법안을 국회로 넘겨 늦어도 8월 초까지 통과시킬 방침이다. 여당이 다수여서 법안 통과가 확실시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일본의 군사대국화 및 미일 군사작전 일체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미일 동맹을 강화해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며 “전쟁법안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정·개정 법안은 평화안전법제정비법안(10개법 개정안)과 국제평화지원법안(신설법)의 두 묶음이다. 모두 ‘평화’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평시부터 유사시까지 양적 질적으로 대폭 확장하는 내용이다.

①공간 확대: 법안이 통과되면 한반도 등 일본 주변 지역에 한정됐던 자위대 활동 공간은 전 세계로 확장된다. 이에 따라 현행 ‘주변사태법’은 ‘중요영향사태법’으로 이름이 바뀐다. 다만 ‘외국 영역에 대한 대응 조처는 당해 외국의 동의가 있을 때에 한정해 시행하는 것으로 한다’고 명기해 한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가 관철됐다.

②상황 확대: 지금까지 일본이 공격을 받았을 때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던 자위대는 앞으로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이 공격받아도 무력행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법안에 ‘전쟁법안’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③언제든 출동: 이번에 신설된 국제평화지원법안은 자위대가 다국적군 후방 지원에 참여할 때 국회의 사전 승인만 받으면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매번 국회에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야 했다.

법안 제정·개정의 명분은 북한과 중국이다. 아베 총리는 특히 북한을 겨냥해 “일본 대부분이 북한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무자비한 측근 숙청을 염두에 둔 듯 “북한의 행동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자위대 역할 확대는 한국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북아 긴장 국면이 고조되는 한편으로 주일 미군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향상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도 아키히로(佐道明廣) 주쿄(中京)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를 생각하면 이번 법안은 한국의 안전 보장에도 분명히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내각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본 국내에서는 법안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14일 오전 도쿄(東京) 총리관저 주변에는 안보법제 정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 약 500명(주최 측 추산)이 시위를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안보법제 개정 반대가 찬성보다 많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는 이날 “행동하면 비판이 따르는 법이다.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할 때도, 국제평화유지활동(PKO) 법안을 성립시킬 때도 그랬다. 그런 비판이 틀렸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역설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배극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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