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콜은 독일의 축복”… 16년 묵은 앙금 풀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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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 생일 맞는 콜 前총리에 공개 축하 글

메르켈 총리
메르켈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일로 85세 생일을 맞는 헬무트 콜 전 총리를 축하하는 글을 일간지에 실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대 발행부수인 빌트지 2일자에 콜 전 총리를 향해 “당신은 독일의 축복이었습니다.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이라는 독일 현대사의 두 성취를 이룬 당신에게 많은 독일인들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그의 글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과거 범상치 않았던 두 사람의 인연 때문이다. 동독 마지막 정부 부대변인이었던 메르켈 총리는 첫 통독 조각 때 콜 전 총리의 발탁으로 36세 나이에 일약 여성청소년부 장관에 발탁된다.

콜 전 총리
콜 전 총리
한때 콜이 키운 ‘정치적 양녀(養女)’로까지 불린 메르켈은 1998년 콜 전 총리가 기독교민주당(CDU) 당수 시절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추문에 휘말리자 이듬해 12월 일간지에 “이제 콜의 시대는 갔다. 당은 이제 (콜 없이도) 혼자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실명으로 콜 전 총리를 비난하는 글을 실었다. 기민당은 발칵 뒤집혔다. 이후 콜은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고 메르켈은 2000년 2월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당수에 선출되면서 당내 최고 권력자가 된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콜 전 총리는 회고록 ‘유산-콜의 구술기록’이라는 책에서 메르켈 총리에 대해 “(과거에) 심지어 포크와 나이프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몰랐다” “(국가 간) 정상 만찬 때 테이블 주변을 서성거려 내가 차분하게 굴라고 자주 말해줬어야 했다”고 메르켈 총리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은 서로 앙숙이던 정치적 관계도 눈 녹듯 사라지게 하는 것일까. 메르켈 총리가 콜 전 총리에게 보낸 공개 축하 글은 많은 독일인에게 변화된 세태를 느끼게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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