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재집권, 카흘론 손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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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서 장관 지냈지만 탈당… 누구를 지지할지 아직 안밝혀
연정구성 ‘킹 메이커’로 떠올라

17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에서 강경 보수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중도좌파 성향의 시오니스트연합을 누르고 제1당 자리를 지켰다.

18일 오전 개표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리쿠드당은 전체 의석 120석 중 30석을 확보했다.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의석이다. 이는 이달 13일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20∼22석을 얻어 제2당이 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최대 10석이나 더 얻은 것이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1위(24∼26석 예상)였던 시오니스트연합은 2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4선에 도전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사실상 재집권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쿠드당이 단독으로 과반인 61석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연립정부 구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막판 우파 진영의 표를 결집시키며 선거 승리를 이끈 네타냐후 총리가 우파와 중도파를 아우르는 연정 구성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네타냐후가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임기를 최장 13년까지 늘릴 수 있어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연정 구성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투표 종료 직후 텔아비브의 지지자들을 향해 “이미 다른 우파와 중도 성향 정당 대표들에게 지체 없이 새 연정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승을 거뒀다”며 “강하고 안정된 국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연정 구성의 열쇠는 중도 성향 정당 쿨라누가 쥐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정당끼리 연정을 구성해도 좌·우파 모두 과반석(61석 이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10석을 확보한 쿨라누가 어느 쪽에 합류할지가 관건이다. 쿨라누를 이끄는 모셰 카흘론 당수(사진)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힘을 보탤 경우 쉽사리 우파 연정이 구성될 수 있기 때문에 ‘킹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때 리쿠드당에서 장관까지 지냈던 카흘론 당수는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선거일 당일 저녁 “가장 큰 두 정당(리쿠드당, 시오니스트연합)이 포함된 연립정부가 구성됐으면 좋겠다”며 ‘대연정’ 희망을 피력했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서로의 세계관 차이가 너무 크다”는 이유를 들어 곧바로 거부해 현실성은 떨어진다. 확률은 떨어지지만 최다 의석수와 관계없이 시오니스트연합이 중도 성향과 아랍계 정당연합을 끌어들여 연정 구성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전체에 더욱 암운이 감돌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7월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결정한 데 이어 유세 과정에서도 “재집권하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는 없다”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CNN은 “△미국과의 관계 회복 △이란과 팔레스타인 문제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 등 차기 총리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네타냐후#재집권#카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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