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BBC, 말썽꾼 ‘탑 기어’ 진행자 처리 놓고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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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영국 BBC의 인기 자동차 쇼 프로그램 ‘탑 기어(Top Gear)’의 진행자 제러미 클라크슨(55·사진)이 담당 프로듀서를 폭행해 15일 방송부터 출연 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BBC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커 BBC 경영진이 고민 중이라고 영국 가디언지가 11일 보도했다.

BBC는 10일 클라크슨을 출연 정지시키고 조사에 착수하면서 이번 시리즈의 남은 3회분 전체를 취소할 것을 검토 중이다. 공영방송인 BBC로선 그 이미지에 먹칠을 해 온 단골 말썽군인 클라크슨을 이 기회에 하차시켜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크다. BBC와 클라크슨의 계약기간은 이달 말로 끝난다. 하지만 당장 탑 기어를 중계 방송하던 세계 곳곳의 제휴 방송사에 대해 수백만 파운드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게다가 ITV와 채널4 같은 경쟁사가 당장 클라크슨 스카우트전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을 두고 “BBC가 돈이냐 명성이냐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탑 기어는 1972년부터 방송된 BBC의 간판 쇼 프로그램. 특히 2002년 메인 MC로 클라크슨을 기용하면서 새롭게 단장해 출범한 뒤 전 세계 170개 국가에서 매주 3억50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케이블채널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클라크슨은 성인 남성들의 영원한 장난감인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거침없는 언행의 ‘마초남’ 이미지 덕분에 높은 인기를 누려 왔다. 그는 출연 정지 소식이 전해진 뒤 찾아온 기자들에게 “내가 출연 정지를 당했다고? 그럼 취업센터나 가봐야겠지만 오늘 첼시 축구 경기는 꼭 봐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넷에선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에 하루 만에 60만 명이 참여했다. 클라크슨의 친구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탑 기어가 방송되지 못한다면 내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아플 것”이라며 거들고 나섰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BBC#탑 기어#제러미 클라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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