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리더십 믿을 만해” 파리테러후 지지율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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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에게 위기는 기회?

프랑스 5공화국 대통령 중 최악의 바닥 지지율로 고전하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사진)의 지지율이 ‘파리 테러’(지난달 7일) 이후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이 무려 40%로 나왔다. 테러 이전 평균 지지율 19%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ODOXA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31%로 테러 전 21%보다 10%포인트나 올랐다. 그의 드라마틱한 지지율 변화는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치지도자에게 위기가 기회일 수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테러사건에서 보여준 ‘신속한 행보’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던 국민을 안심시켜 줬다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하자 1시간 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는 아직 희생자들의 시신이 유혈이 낭자한 채 수습되지 않은 상태였고, 도주한 범인들이 어디서 다시 총격을 난사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 국가지도자가 신속하게 현장으로 뛰어들자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테러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모습도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테러 직후 사상 최초로 경찰특공대(RAID)와 대테러 헌병특수부대(GIGN)를 동시에 투입하고 경찰병력도 8만 명 이상 동원하는 초강수를 띄워 테러 발생 사흘 만에 인질범들을 사살했다. 유대인 상점 인질극도 경찰 진압 작전 전 숨진 인질 외에 추가적인 인명 피해 없이 진압됐다.

테러 발생 사흘 만에 전 세계 국가정상 45명을 파리로 모이게 한 추진력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 더해 국가 위기상황이 터지자 정적들을 포함한 다양한 정치세력을 엘리제궁으로 불러들여 ‘단합(Union Nationale)’을 호소한 ‘정치력’도 돋보였다.

영국 더타임스는 “올랑드 대통령이 테러 사태 이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은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정치적 아우라’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게 했다”고 평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자 총리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사회당에서 가장 우파적인 성향의 마뉘엘 발스 총리 지지율이 55∼60%대에 이르는 것. 친기업 정책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실용주의 정책을 펴오고 있는 그는 테러 사건 직후인 지난달 13일 의회에서 테러에 대한 강력한 안보대책을 밝힌 연설로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같은 달 20일에는 이민자를 통합하기 위한 정책을 밝혀 국민 통합을 주문했다.

반면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최근 TV에서 마뉘엘 발스 총리 견제에 나섰다가 지지율이 4%나 떨어지는 역풍을 맞았다. 그는 현 정부의 테러 대책이 미흡하다며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참여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프랑스인들의 국적을 박탈하는 등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효율적인 테러대응 조치에 사르코지(47%)보다 발스 총리(57%)가 더 믿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극우파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사건으로 지지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4%가 하락했다. 지난달 11일 ‘공화국 행진’ 때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참가를 거부한 것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르펜은 대신 FN이 장악하고 있는 지중해 연안의 소도시 보케르에서 별도의 추모행사를 열어 통합과 거리가 먼 인물로 비쳤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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