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쿠바, 54년 적대관계 끝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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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 돌입
쿠바 수도에 美대사관 개설키로… 양국 간첩혐의 수감자 석방 조치

미국과 쿠바가 수십 년간의 적대시 정책을 폐지하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내년 1월부터 외교 관계 정상화 협상에 돌입하기로 함에 따라 양국은 1961년 쿠바와 외교 관계를 단절한 지 54년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17일 일제히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낮 12시(한국시간 18일 오전 2시) 워싱턴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쿠바 정책을 발표했다. 같은 시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아바나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기간 과거 쿠바 정부를 붕괴시키려 했던 미국의 시도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행동은 미국인과 쿠바인들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러한 과거의 유산을 청산하는 것은 오늘날 양국 국민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조치는 1961년 외교 단절 이후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외교 관계 정상화 △쿠바인의 미국 여행 규제 완화 △미국인의 쿠바 송금 허용 확대 △양국 간 상업적 교역 확대 △쿠바와 외부 세계 간의 통신 기회 확대 등 10여 가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출범 직후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지만 공화당 내 보수파들의 반발에 부닥쳐 성공하지 못했다. 양국 관계는 올해 여름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쿠바가 협조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슬람국가(IS) 및 러시아와의 분쟁 속에서 외교정책의 난관에 부닥친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외정책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바가 간첩 혐의를 받고 5년간 아바나의 정치범 수용시설에 수감됐던 앨런 그로스 씨를 17일 석방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미국 국무부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하도급업체 직원이던 그로스 씨는 2009년 12월 아바나에서 현지 유대인 단체에 인터넷 장비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후 2011년 쿠바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쿠바 정부는 그로스 씨가 쿠바에서 ‘아랍의 봄’과 유사한 형태의 반정부 활동을 벌이려 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로스 씨를 석방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도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쿠바인 3명을 석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주성하 기자
#쿠바#미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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