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고의적 편집으로 公人을 인종주의자 몰았어도 반론권 보장 인정되면 면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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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명예훼손에 해당 안돼”

방송이 고의적인 편집을 통해 공인(公人)을 인종주의자로 몰아갔어도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미국에서 나왔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12년 2월 흑인 청년 트레이번 마틴(당시 17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 씨의 발언이었다. 당시 지머먼 씨는 총격 직전 911구급대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남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을 하거나 마약 같은 것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가 내리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슬렁거렸다”고 알렸다. 911 구급대원이 “좋다. 그 남자는 흑인이냐, 백인이냐 또는 히스패닉이냐”고 묻자 지머먼 씨는 “흑인 같다”고 대답했다.

총격 사건이 터지자 NBC는 911에 녹음된 이 대화를 편집해 지머먼 씨가 “이 남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흑인 같다”는 발언을 반복해 보도했다.

지머먼 씨는 NBC가 악의적 편집으로 자신을 인종주의자로 비치게 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NBC는 편집 직원 2명을 해고하고 공개 사과했지만 법정에서는 “지머먼 씨는 공인”이라며 면책을 주장했다.

플로리다 주 세미놀 카운티 순회법원은 지난달 30일 원고 패소 판결로 NBC의 손을 들어줬다. 데버러 넬슨 판사는 “방송사가 보도할 당시 정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거나 진실 또는 거짓을 부주의하게 무시했다고 볼 만한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방송이 “지머먼 씨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라는 가족과 친구들의 주장도 전해 반론권도 보장했다고 인정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방송사 고의적 편집#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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