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56·사진) 총무상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아시아태평양 침략전쟁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12일 기습 참배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도 총무상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야스쿠니신사에서 열린 이오지마(硫黃島) 전투 위령제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 약 80명과 함께 참배했다.
아베 내각의 대표적 극우성향 각료인 신도 총무상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이오지마 수비대를 지휘하며 미군을 상대로 자살에 가까운 ‘옥쇄작전’을 펼친 구리바야시 다다미치(栗林忠道·1891∼1945) 육군 대장의 외손자다. 이오지마 전투 전사자 유족들의 모임인 ‘이오지마 협회’ 고문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야스쿠니 신사 봄·가을 제사 때와 8월 15일 패전일, 올해 1월 1일에도 참배했다. 2011년에는 김포공항에서 독도 방문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신도 총무상은 이날 참배 뒤 기자들에게 “마음의 자유 범위에 있는 사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가 야스쿠니 봄 제사(21∼23일) 기간에 앞서 미리 참배한 것은 23∼25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내각의 각료가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 직전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 대미 외교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다만 신도 총무상은 이번 참배 날짜와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은 “관계없다”며 일정이 맞으면 봄 제사 기간에 다시 참배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으로부터 고통 받은 이웃 나라들과 국제사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번 참배는) 일본 현 내각의 역사 문제에 대한 잘못된 태도를 재차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봄 제사 기간에 직접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보낼 것으로 일본 언론이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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