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도둑’ 스케이트보드 탄 채 옆구리에 TV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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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둑은 350달러에 달하는 32인치 LCD TV를 자연스럽게 옆구리에 낀 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유유히 달아났다. 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이 도둑은 350달러에 달하는 32인치 LCD TV를 자연스럽게 옆구리에 낀 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유유히 달아났다. 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간 큰 도둑' 스케이트보드 탄 채 옆구리에 TV를…바람처럼 사라져

지난 2007년 한국에서는 대형 TV를 훔쳐간 '간 큰 TV도둑'이 화제가 됐다. 그가 노린 것은 대학교 학생회관 입구에 설치된 42인치 PDP 모니터였다. 이 도둑은 인적이 뜸한 새벽 시간을 틈타 당당하게 건물 입구로 진입, 모니터를 떼어낸 뒤 그대로 짊어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보다 더한 '간 큰 TV도둑'이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어둠과 늦은 시간을 도망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면, 이번 미국에 나타난 도둑은 공원에서나 타는 줄 알았던 스케이트보드를 '도주 수단'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데일리메일, 허핑턴포스트, CBS 등 외신들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클리어워터의 한 마트에 나타난 사상 초유의 '스케이트보더 도둑'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스케이트보더는 마트가 문을 닫기 직전인 오후 10시59분경 마트에 들어섰다. 마트내 CCTV에 찍힌 범인은 보드를 한쪽 팔에 든 채 들어와 매장내 점원에게 TV 진열대가 어디인지를 물은 뒤, 점원의 설명을 들으며 잠시 TV들을 살펴보는 듯 했다.

흥미를 잃은 듯 다른 곳으로 향했던 범인은, 잠시 후 스케이트보드 위에 올라탄 모습으로 다시 CCTV에 포착된다. 그는 보드 위에 올라탄 채 빠른 속도로 TV들의 옆을 스쳐지나가는가 싶더니, TV 하나를 팔 안쪽으로 번개같이 나꿔챘다.

단숨에 출입구에 도달한 도둑은 밖으로 달아나려했다. 하지만 범인이 향한 출입구는 잠겨있었고, 뒤쪽에는 그를 잡으려는 점원이 달려나온 상태였다.

이때부터 도둑은 '강도'로 돌변했다. 그는 칼을 꺼내 점원을 움츠러들게 한 뒤, 재빨리 다른 출입구로 달려갔다. 마트 밖으로 나온 도둑은 다시 스케이트보드에 올라타 전력질주, 뒤를 따르는 점원과 경비원을 따돌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가 마트에 들어와 TV를 들고 도망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분에 불과했다.

플로리다 경찰 당국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CCTV에 찍힌 영상을 토대로 범인이 5피트 11인치(약 178cm)의 키에 150파운드(약 68kg)의 체형을 가진 20대 백인 남성이라고 판단하고 뒤를 쫓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갈색 몸체에 오렌지색 바퀴가 달린 스케이트보드 역시 수배중이다.

이 도둑이 훔친 TV는 32인치 LCD TV로, 350달러(한화 약 35만원) 정도 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두께가 얇고 가벼운 제품이라 이렇다할 가방이나 주머니 등이 없이도 손쉽게 훔쳐 도망칠 수 있었던 것.

지역 경찰은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도둑들은 흔히 범죄현장에서 도망칠 때 자동차와 자전거, 혹은 자신의 두 다리를 사용한다.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를 도주용으로 쓰는 경우는 생전 처음 본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마트에 들어서기 전 자동차나 자전거는 마트 근처의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도록 되어있지만,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는 것을 노린 계획된 범죄로 보인다. 두 번에 걸쳐 재빠르게 마트의 입구를 찾아낸 것 역시 미리 조사해뒀기 때문일 것"라면서 "앞으로는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도 보관 및 반납의 과정을 거쳐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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