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권, NSC 지원할 ‘일본판 CIA’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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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장관 “전문 정보기관 만들것”
中-북한 견제 명분 안보기능 강화… 2차대전때의 ‘정보국’ 재현 논란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일 일본의 외교안보 사령탑이 될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를 지원할 대외정보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같은 첩보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 견제를 명분으로 안보 기능을 급격히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가 장관은 이날 참의원 국가안보특별위원회에서 “NSC가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고급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대외 및 인적 정보 수집의 수단과 체제에 대해 연구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판 CIA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와 언론에 따르면 일본판 NSC 산하 혹은 총리 직속으로 정보를 전담하는 사무국(일본판 CIA)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 경찰청 외무성 등 각 부처는 사무국에 의무적으로 정보나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NSC는 산하 정보기관이 집약적으로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중장기 국가전략을 정하고 위기관리를 총괄한다.

인적 정보 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휴민트(Humint)’ 전담 조직도 일본판 CIA 내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휴민트는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처럼 정보요원이 수집한 정보를 뜻한다. 사람과 접촉해서 정보를 알아내기 때문에 상대의 내밀한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이 같은 첩보 기능이 없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내각정보국의 재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내각정보국은 1940년 12월 만들어진 조직으로 전 부처에 흩어져 있던 정보기능들을 모아 전쟁을 위한 여론을 형성했다. 패전과 함께 1945년 12월 폐지됐다.

전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는 “부처별로 흩어진 정보를 모아서 분석, 정리하는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본판 CIA’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각정보국의 부활 아니냐”는 비판이 높게 일자 1952년 현재의 내각정보조사실을 만드는 데 그쳤다.

내각정보조사실은 국내 국제 경제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2008년부터는 북한 중국 및 테러를 전담하는 6명의 정보분석관도 배치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공개된 정보로 정세를 평가하는 수준이다.

국회는 아베 총리의 안보 강화에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내각의 힘이 극대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조차 “당의 의견이 내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내각이 너무 큰 권한을 가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정권#일본판 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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