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리아 화학무기 유엔 통제” 중재안에 美 “긍정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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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개입서 외교해결로 기류 전환
러 외교 “국제사회서 인수 뒤 파기”… 시리아 “제안 환영” 즉각 화답
반기문 총장 “안보리서 논의할 것”

서방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시리아의 모든 화학무기를 유엔 통제하에 두고 파기하자는 러시아의 중재안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시리아 사태가 서방의 군사 개입에서 외교적 해결로 ‘출구’를 찾는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9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왈리드 알무알림 시리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마치고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의 통제에 맡겨 모두 파기할 것을 촉구하고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무알림 외교장관은 “시리아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가 지도부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즉각 화답했다. 반면 시리아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정치적 술책”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시리아 공습에 대한 의회 표결과 국민 반대 여론에 부닥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중재안에 대해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긍정적(potentially positive)으로 평가했다. 그는 9일 CNN CBS 등 6개 방송사와의 개별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시리아의 제안은 확실히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현실적이라면 미국의 공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제스처를 보지 못했다”며 무력 사용 위협이 “재미있는 대화”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며 “교묘하게 시간을 끌어 당면한 압력을 피하려는 지연 전술은 원하지 않는다”고 경계했다.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야생동물 밀거래 방지 행사에 참석해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즉각 국제적 통제 아래 내놓는다면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유엔의 감독지대로 옮겨 파괴하자는 제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유엔 감독지대 설치’가 시리아 사태에 대한 안보리 회원국 간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10일 프랑스가 시리아 화학무기를 국제 감시하에 두고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각각 “흥미로운 제안” “커다란 진전”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중국의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10일 러시아의 중재안을 지지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유엔 통제하에 신속하게 파기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회견에서 ‘시리아가 공습을 피할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다음 주까지 모든(every single bit) 화학무기를 국제사회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중재안 제시로 상황이 급반전되자 미 상원은 시리아 공습 결의안을 토론에 부칠 것을 결정하는 절차표결을 당초 11일에서 그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오후 9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파리=전승훈·워싱턴=신석호 특파원 raphy@donga.com
#시리아#오바마대통령#미국#러시아#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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