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타고 3년 집권 발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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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日 참의원 선거 압승… 6년전 패배 설욕
2016년 참의원선거까지 기회 잡아… 경제회복 열매 크기가 롱런 좌우
다함께당-공산당-일본유신회 선전… 위안부소녀상 ‘말뚝테러’ 스즈키 낙선

이변은 없었다.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민의 기대 등에 힘입어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대승을 거뒀다. 자민당은 소위 ‘고이즈미 붐’이 일었던 2001년 참의원 선거 이래 처음 압승을 거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NHK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최우선 정책 순위를 경제에 두겠다. 국민이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3년 이상 ‘롱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의 임기는 각각 4년과 6년. 참의원 의원은 3년마다 절반을 다시 뽑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빠른 차기 선거는 2016년 여름 참의원 선거다. 역대 총리는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아베 총리로선 적어도 3년간 집권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아베 총리의 명예회복도 이뤄졌다. 2007년 그가 첫 번째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적 참패를 당했다. 1955년 자민당 결성 이후 처음 참의원에서 제1당 자리를 잃으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 현상도 일어났다. 아베 총리는 그해 9월 건강을 이유로 전격 사퇴했지만 실제로는 참의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진 것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아베 총리는 6년 전 패배를 깔끔히 설욕했다.

야당의 역학구도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오후 11시 현재(이하 같은 시간 기준) 56석을 확보해 선거 전(86석)보다 30석이나 줄었다. 56석은 1996년 민주당 창당 이래 최저다. 민주당은 참의원 제1당 지위도 자민당에 내줬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는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큰 기대를 받았지만 그동안 국민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고 참패의 원인을 밝혔다.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의 망언에도 불구하고 일본유신회는 오사카(大阪)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의석수를 기존 3석에서 최소 8석으로 늘렸다. 지난달 치러진 도쿄(東京) 도의회 의원 선거에서 선전한 공산당과 확고한 보수 지지층을 가진 다함께당은 자민당의 돌풍 속에서도 기존 의석을 늘리며 선전했다. 특히 공산당은 5명을 뽑는 도쿄 도에서 여성 신인 기라 요시코(吉良佳子·30)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돼 12년 만에 지역구 의원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야당은 ‘1강(민주당) 3중(다함께당, 일본유신회, 공산당)’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한 극우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 후보는 도쿄 도 선거구에서 최하위권으로 낙선했다. 그는 우익의 표심을 얻기 위해 자신의 선거 벽보에 위안부 ‘소녀상’을 ‘매춘부상’이라고 표현하고 ‘한일국교 단절’ 등을 주장했다.

한편 아베 총리의 ‘롱런’에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역설적으로 그를 승승장구하게 만들어줬던 ‘아베노믹스’라는 분석이 나온다.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운다’는 아베노믹스가 휘청거린다면 자민당의 지지율도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특징으로 아베 정권은 ‘주가 연동 정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결국 참의원 선거 후 아베 총리가 얼마나 경제를 살리느냐에 따라 그의 재임 기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노믹스#참의원 선거#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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