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자지라, 파키스탄 9년 행적 소개
美감시위성 피하려 카우보이모자 써… 6년 머문 은신처 한번도 감시 안당해
‘수염을 밀고 카우보이모자를 쓰는 다양한 변신술과 파키스탄 정부 및 군 당국의 무능이 빈라덴의 9년간의 은신을 가능케 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8일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사진)이 숨어 지내다 사살된 과정을 조사한 336쪽 분량의 파키스탄 정부 산하 ‘아보타바드 위원회’의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아보타바드 위원회는 대법원 판사, 퇴역 장성, 전문 외교관 등으로 구성됐으며 200여 명의 증언과 정부 문서,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작성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빈라덴은 2001년 9·11테러 사건을 일으키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으로 도피한 후 감시망을 피해 파키스탄 6곳을 옮겨 다녔다.
2002년경 파키스탄 북서부 스와트 지역에 살 때는 경찰에 체포될 뻔했지만 운 좋게 풀려난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빈라덴이 그의 연락책인 아부 아흐마드 알쿠웨이티 등과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경찰이 검문을 위해 차량을 세웠지만 말끔히 면도한 그를 경찰이 알아보지 못해 현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빈라덴은 또 미국의 감시위성을 피하기 위해 챙이 넓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다니기도 했다.
그가 2005년 이후 6년간 머물던 아보타바드의 은신처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85km 떨어진 군사주둔지로 주변 주택단지와 다소 떨어진 곳이다. 철조망까지 둘러쳐져 있는 등 경비도 삼엄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 관계자, 정보 당국 그 누구도 지역 감시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 빈라덴이 오랜 시간 파키스탄에서 숨어 지낼 수 있었던 건 파키스탄 정부 및 군사 당국의 무능과 태만이 빚은 ‘총체적 실패’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빈라덴은 은신 중 기력이 떨어질 때마다 사과와 초콜릿을 즐겨 먹었으며 손자에게 채소밭을 잘 가꾸도록 격려하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보고서는 또 빈라덴이 사살 당시 무장 상태였다고 밝히며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는 새로운 주장을 폈다. 파키스탄 일간지 ‘돈(DAWN)’도 8일 ‘아보타바드 보고서’에서 빈라덴이 2011년 5월 미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요원들에게 사살될 당시 손에 무기를 쥔 채 선반에서 수류탄을 찾고 있었다며 그의 체포 직전 상황을 밝혔다.
한편 윌리엄 맥레이븐 미 합동특수작전사령관이 빈라덴 사살작전에 참가한 해군특전단 관련 자료를 비밀리에 미 중앙정보국(CIA)으로 이관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8일 국방부 감찰관의 초기 보고서에 공개돼 논란을 빚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