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러 핵무기 3분의 1 줄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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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연설서 제안… “北-이란 핵무기 개발 막아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 러시아에 핵탄두의 대폭적인 추가 감축을 제안하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냉전 종식과 동서 화해의 상징인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시민 5000여 명을 상대로 한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미국과 러시아가 가진 핵무기를 3분의 1씩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통해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1963년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서베를린에서 10만 명의 베를린 시민을 상대로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Ich bin ein Berliner)”라는 명연설로 서독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던 때로부터 50주년이 되는 해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합의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따라 2018년까지 전략 핵무기를 최대 1550기, 발사대를 700개까지 각각 제한하기로 한 바 있다. 따라서 추가로 3분의 1을 감축하면 각각 1000기 정도로 핵 보유량을 줄이는 셈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안전하지 못하다”며 “북한과 이란이 추구하는 핵무기 개발을 막고 평화로운 핵사용을 위한 국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축협회는 미국이 핵탄두를 1000개 이하로 줄이면 미국은 향후 10년간 580억 달러(약 65조5400억 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붕괴로) 자유는 승리했다”고 천명하며 핵무기 감축, 기후변화 대응, 인권 보호, 테러리즘 국제공조 강화 필요성,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협력을 역설했다. 또 동성애자 등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협력하고 테러 척결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자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중간에 양복 상의를 벗는 등 열정적으로 30여 분간 열변을 토했고 시민들은 열렬한 박수로 호응했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은 핵전력을 감축하더라도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국을 제압할 수 있는 충분한 핵 억지력을 보유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파리=이종훈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북한#이란#핵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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