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에 군사기밀 넘긴 美병사 재판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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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행위” “진실 공개” 불꽃 공방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미국 군사기밀과 외교문서 등 비밀 70만여 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브래들리 매닝 일병(25)에 대한 재판이 3일(현지 시간)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에서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간첩죄와 반역죄 등 총 22가지 혐의를 적용한 군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매닝 일병이 미국이 곤경에 처할 것임을 알고도 악의적으로 기밀을 유출하는 이적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매닝 일병 측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었을 뿐 미국에 피해를 줄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군 검찰 조 모로 대위는 “이번 사건은 군인이 보안 전산망에서 기밀로 분류된 수십만 건의 정보를 수집해 이를 적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에 쏟아 부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닝 일병은 훈련을 통해 (자신의 행위가) 동료 군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매닝 일병은 올해 2월 사전 심리에서 “군의 역할과 외교정책 전반에 대해 국내 토론을 촉발하려고 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변호인인 데이비드 쿰스는 이날 “매닝 일병은 젊고 순진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인물”이라며 “만일 미국인들이 이 정보들을 봤다면 그들도 역시 괴로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재판에서는 매닝 일병의 행위가 국가안보를 실제로 위협했는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군 검찰의 주장대로 매닝 일병에게 간첩죄와 반역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매닝 일병은 사전 심리에서 22건의 기소 내용 가운데 기밀문서 불법 소지 및 외부 무단반출 행위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것만으로도 20년 형을 선고할 수 있다.

2010년 5월 이라크에서 군사 정보 분석가로 복무하던 중 체포된 매닝 일병은 이날 파란색 정복에 안경을 착용하고 법정에 출두했다. 법정에는 그의 고모와 조카 등 40여 명의 방청객이 참석했다. 법정 밖에서는 30여 명의 지지자가 빗속에서 ‘매닝을 석방하라’ ‘미국은 양심이 있느냐’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위키리크스#군사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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