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총기협회 파워, 오바마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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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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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총기규제案서 ‘공격용-대용량 탄창 금지’ 제외

“미국총기협회(NRA)가 이겼다.”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이 용두사미로 끝날 기미를 보이자 미국 언론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NRA의 강력한 로비력에 의회가 넘어갔다는 지적이다. ‘NRA가 대통령이나 국민보다 더 강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해 12월 코네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27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잇따르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강력한 총기규제 방안을 추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총기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의견이 50%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3개월이 흘렀는데도 성과물은 나오지 않고 총기규제 법안의 내용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총기규제 법안에서 공격용 총기 및 대용량 탄창 금지 조항을 제외하기로 했다”며 “이 방안을 포함하면 상원에서 총기규제 법안에 찬성할 표가 40표도 안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사교양 주간지 뉴요커는 “민주당 상원의원 55명 중에서도 적어도 15명은 총기규제 반대로 돌아섰다는 뜻”이라며 “총기규제 찬성론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과 대통령이 총기규제를 찬성하는데도 결국 NRA가 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미국의 수치”라고 통탄했고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은 “의원들의 비겁함과 (NRA의) 노련한 로비에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1871년 설립된 NRA는 회원 수가 450만 명에 이르는 대형 이익단체다. 총기소유 권리를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이를 위해 NRA는 의원들을 정교하게 관리하면서 강력한 로비를 펼친다.

워싱턴포스트(WP)와 미국 비정부기구인 책임정치센터(CRP) 등에 따르면 NRA는 의원을 A+ A AQ B C D 등 6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총기소유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높은 등급을 받으며 등급이 높을수록 NRA에서 많은 후원을 받는다고 WP는 설명했다. NRA는 1990년 이후 의원들에게 총 430만 달러(약 48억 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약 90%(약 385만 달러)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지원됐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총기 소유권을 지지한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총선에서도 261명의 후보에게 65만7646달러를 후원했는데 이 중 236명(90.4%)이 공화당 소속이었다.

또 NRA는 예산안의 부칙에 예산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을 슬쩍 끼워 넣는 교묘한 방식으로 행정부의 총기규제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가 지적했다. 예산안에 포함된 여러 개의 부칙이 뭉텅이로 넘어가는 점을 악용해 슬그머니 NRA에 유리한 내용을 법제화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다음 달 의회에 제출될 2014년 예산안 부칙 중에는 정부가 총기 거래상들에게서 재고 목록을 제출받지 못하도록 해 규제를 어렵게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한 전직 NRA 로비스트는 WP에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예산안 부칙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NRA가 전통적으로 써 온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총기협회#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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