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 잘사는 나라로” 오바마, 경제 올인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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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기 첫 국정 연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2기 집권 첫 국정연설에서 중산층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경제성장의 엔진을 재점화해 중산층을 일으키고 번창시키는 것이 우리 세대의 임무”라며 “탄탄한 중산층이 미국을 이끄는 북극성”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시간 동안의 연설에서 북한 핵문제 등 외교 현안과 총기규제 등에 10여 분을 할애한 것을 제외하고는 일자리 창출, 제조업 확대, 임금 시스템 개혁, 사회복지 프로그램 강화 등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잘살 수 있다는 ‘공정’과 ‘평등’의 코드를 강조해 진보적 어젠다가 2기 집권의 정책 방향임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이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일자리를 더 많이 끌어들이고,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며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플이 다시 미국에서 컴퓨터를 생산하고 자동차 회사 포드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일자리를 다시 가져왔다”며 “미국을 일자리와 제조업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만드는 것이 정책 최우선 순위”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하이테크 분야에서 지역별로 3개 제조업 허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현재 7.5달러(약 8200원)에서 9달러로 20% 인상하고 도로 교량 등 사회 인프라에 500억 달러(약 54조3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취학 아동이라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보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예산 삭감이 저소득층과 노인의 혜택을 빼앗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 이슈에서는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의 법적 체류를 위해 의회가 초당적으로 이민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청하는 한편 청정연료 개발을 위한 ‘에너지안보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미군 병력 6만6000명의 절반이 넘는 3만4000명의 철군 시기를 내년 말에서 초로 앞당기며 러시아와 핵무기 추가 감축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힘찬 어조로 연설하는 동안 의원들과 초청 인사들은 당적을 가리지 않고 105번에 걸쳐 박수를 보냈다. 이 중 20여 차례는 기립박수였다.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은 국정연설의 오랜 전통인 ‘자리 섞어 앉기’에 동참했다. 강경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의원은 골수 보수파인 톰 코번, 론 존슨 공화당 의원 사이에 앉아 연설을 지켜봤다.

또 이날 국정연설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 다수 초청됐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강조 차원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초청됐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참가한 뒤 총격으로 숨진 여고생 하디야 펜들턴의 부모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규제를 역설할 때 박수를 보냈다. 이날 시카고 경찰은 펜들턴의 살해 용의자인 범죄 조직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의원은 이날 코네티컷 뉴타운 총기 참사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녹색 리본을 달고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를 거명하며 “의회는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총기규제 법안을 투표에 부쳐야 한다”며 연설을 맺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국정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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