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알몸 시위대 구타 논란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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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경찰이 나를 때렸다"며 진술 번복

최근 이집트에서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알몸으로 경찰에 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카이로 대통령궁 주변에서 벌거벗은 하마다 사베르(48)라는 남성이 진압 경찰에 둘러싸인 채 구타를 당하고 경찰차량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아랍권 위성 채널 알 하야트와 AP통신의 알몸 남성의 구타 장면 공개는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중해 연안도시 포트사이드에서 벌어진 경찰의 강경 진압에 분노한 시위대는 "경찰이 시위 참가자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폭행까지 했다"며 2일 대통령궁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사베르의 가족도 경찰이 강경 대응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이례적으로 즉각 유감을 표명했고 대통령궁은 "충격적인 장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인 사베르의 발언은 오락가락했다.

당초 그는 다음 날 이집트 국영TV와 인터뷰에서 "경찰이 시위대로부터 나를 구해줬다. 시위대가 나를 때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그는 경찰 병원에서 공공 병원으로 옮겨진 뒤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위대가 나를 때리고 옷을 벗겼다"고 한 증언을 번복하고 "나를 때린 사람 중에 경찰도 있었다"며 "그들은 내 속옷을 벗기고 경찰 차량으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이 확대되길 원하지 않아 처음에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메나(MENA)통신이 전했다. 또 그는 "가족이 나와 관계를 끊겠다고 하고 모든 이집트인이 분노하는 상황이라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사베르가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초기에 시위대에 불리한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전 이집트 대선 후보였던 아흐메드 샤피크는 아랍권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와 인터뷰에서 이집트 내무부가 국민을 겁먹게 하려는 사전 계획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의 통치에 반대해 거리에서 시위하는 청년과 여성들에게 공포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결선투표까지 치렀으나 무르시에게 패배한 뒤 가족과 함께 이집트를 떠나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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