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법원, 현직 총리 체포 명령… 정국 요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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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시설 관련 부패에 연루” 일부 야권, 대통령 하야 요구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파키스탄 대법원이 15일 현직 총리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려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파키스탄 대법원은 “발전시설 관련 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라자 페르베즈 아슈라프 총리(사진) 등 17명을 24시간 안에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아슈라프 총리는 2008∼2011년 수력·원자력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발전회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해외에 부동산을 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파키스탄의 유력한 이슬람 성직자 무함마드 타히르 울 카드리가 이끄는 2만 명의 시위대는 의회 의사당 앞에서 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를 사흘째 이어가면서 경찰과 충돌해왔다. 카드리는 총리 체포명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의 은총으로 승리했다”며 환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총리 체포명령이 내려진 직후 파키스탄 증시는 3% 가까이 급락했고 일부 야권 인사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BBC는 “최근 파키스탄은 정부와 사법부, 군부가 서로 다투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일각에서는 카드리가 군부의 대리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47년 파키스탄이 독립한 이후 군부는 4차례 쿠데타를 일으켰고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2008년 9월 취임한 자르다리 대통령이 올해 9월까지 재임하면 파키스탄 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마치는 민간 출신 대통령이 된다.

카드리는 1999년 당시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 참모총장이 일으킨 쿠데타를 지지한 전력이 있다. 그는 15일 시위대 앞에서 한 연설에서 “이 나라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곳은 군부와 법원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카드리는 5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과도정부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군부가 과도정부 구성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사법부도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당시 유사프 라자 길라니 총리가 ‘자르다리 대통령의 부패 혐의를 수사하라’는 대법원의 명령을 거부하자 대법원은 길라니 총리의 해임을 명령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파키스탄#최루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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