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성폭행 여대생 아빠 “딸은 용감했고 생기넘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11시 48분


"범인들 처형해야…성폭력 처벌법에 딸 이름 붙여지길"

최근 인도 뉴델리의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과 심한 구타를 당해 사망한 여대생(23)의 유가족이 "딸은 용감했고 두려움이 없었다. 늘 생기가 넘쳤다"고 회상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은 유가족이 한 줌 재로 갠지스 강에 뿌려진 그를 기억하면서 슬픔을 추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아버지는 생전 딸에 대해 어릴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구들은 누가 있니?'라고 물어봤는데 딸이 '아빠, 내 친구는 오로지 책뿐이에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책벌레였다고 말했다.

중하층 가정에서 자란 피해 여대생은 배움만이 가족을 팍팍한 살림살이에서 구해 낼 동아줄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만 지나면 의사가 될 것이고, 가족의 고통도 끝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조상이 살았던 북부의 저개발 지역 우타르프라데시주(州)에 병원을 세워 사람들을 돕는 것이 소망이었다. 아버지는 딸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 고집이 셌다"며 "교육비를 대주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말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가) 형제들이 공부를 마칠 때까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혼인을 앞두고 있었다는 보도는 정정했다.

남동생은 누나는 밤낮없이 공부했다며 "언제 잠들고 일어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이 넘쳤지만, 남동생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하라는 채근도 잊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누나는 보통 오후 8시면 집에 들어왔고, 늦을 것 같으면 여지없이 전화를 해 알려 주곤 했다"면서 "그런데 그날은 8시가 지나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몇 시간뒤 가족은 병원으로부터 그녀의 사고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병상에서 성탄절을 맞았을 때가 마지막 대화였다며 "누나는 손짓으로 자신이 천국에 갈 거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 아버지는 범인들이 처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전 국민이 그 괴물들이 사형당하기를 바라고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라며 범인 중 한 명이 18세 미만임을 감안해 미성년자도 처형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3일 정식 기소된다. 이들 중 성인 5명은 신설된 성범죄 신속 처리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미성년자는 소년 법원으로 간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들은 피해자에게 '교훈'을 주려고 고문하고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저항하는 과정에 범인 3명을 물었고 이들의 몸에는 아직 물린 자국이 남아있다. 범인들은 피해자를 버스 밖으로 내던진 뒤 버스로 치고 지나가려 했으나 다행히 피해자의 친구가 그를 재빨리 끌어당겼다.

피해자 아버지는 정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성폭력 처벌법안에 딸의 이름이 부쳐지기를 바라고 있으며 딸 이름을 공개하는 데도 동의했다.

한편, 변호사협회가 범인들을 변호할 회원이 없다고 밝힌 데 따라 법원이 직접 변호사를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들은 이날 법원 밖에서 검은색 법복을 입고 성범죄 처벌 속도를 높여 달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나선 변호사 측은 "여자를 건드릴 생각도 하기 전에 등뼈를 따라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엄격하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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