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조 요람 미시간에 ‘노조 죽이기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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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가입 금지법 의회 통과… 노조원 수만명 격렬 항의

미국 노조 세력의 근거지인 미시간 주의회가 11일 노조 영향력을 크게 제한하는 ‘근로권(Right to Work)법’을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시간 주 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근로자의 노조 가입과 노조회비 납부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권법을 가결했다. 공화당 소속의 릭 스나이더 주지사는 6일 주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에 즉각 서명했다.

노조가 악법으로 규정한 근로권법이 통과되자 1만2000명의 노조원들이 주의회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으며 주지사 집무실에 진입하려던 2명이 체포됐다. 또 근로권법 지지자들이 의사당 앞에 쳐놓았던 천막을 찢는 등 격렬하게 대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미시간을 찾아 “근로권법은 근로자 임금을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 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의도가 아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시간은 근로권법을 통과시킨 24번째 주지만 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체들이 본사를 두고 있고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설립되는 등 ‘노조의 요람’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미 노동운동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공무원노조 단체교섭권을 놓고 주지사 소환선거까지 열리는 등 격렬하게 충돌한 위스콘신에 이어 미시간에서 근로권법이 통과된 것은 노조의 결정적 패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조 가입률이 17.5%로 미국 전체 평균 11.8%보다 높은 미시간은 지금까지 사용자가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만 채용해야 하는 ‘클로즈드숍’ 정책을 유지해 왔는데 노조 가입 의무화 등을 폐기한 근로권법이 시행되면 노조 조직력과 협상력에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근로권법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노조가 약한 남부와 서부 주들이 대부분이며 중서부에서 근로권법이 통과된 것은 지난해 인디애나에 이어 미시간이 두 번째다. 노조들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주민투표를 요구해 다시 표결을 뒤집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근로권법 지지자들은 미시간의 강성 노조 때문에 외국 기업 유치를 앨라배마, 조지아 등에 뺏기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이번 법안 통과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근로권법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리자 라이언 미시간 주의회 의원은 “미시간이 노조로부터 벗어나게 됐다”며 “근로권법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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