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탈세 잡는 장관이 해외 탈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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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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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銀에 거액 비밀계좌 2년전 싱가포르로 옮겨” 인터넷언론, 통화내용 공개
좌파정권 도덕성 문제 비화

한 퇴직 세무공무원의 구원(舊怨)의 복수인가.

프랑스 사회당 정부에서 ‘탈세와의 전쟁’을 주도하며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제롬 카위자크 국세예산 장관(사진)이 오랫동안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를 보유하고 거액을 보관해 왔다는 폭로가 나와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4일 르몽드의 퇴직 기자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뉴스사이트 메디아파르는 카위자크 장관이 스위스 최대은행 UBS의 제네바 지점에서 개설된 미신고 계좌를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카위자크 장관이 2010년 초 하원 재무위원장이 되기 직전 스위스에 몰래 가서 이 계좌를 폐쇄하고 예금을 UBS 싱가포르 지점 계좌로 옮겼다는 것. 카위자크 장관이 1994년 파리의 아파트를 620만 프랑에 구입했을 때 이 중 400만 프랑은 스위스 계좌가 출처였다고 메디아파르는 보도했다.

그런데 이 기사의 출처는 지방 세무서에 근무했던 퇴직 세무공무원 레미 가르니에 씨가 2008년 6월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였다. 국세청에 의해 “명백한 이유 없이 카위자크의 세금 관련 자료를 열람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가르니에 씨가 법원에 낸 소명 자료였던 것.

가르니에 씨는 ‘형사 콜롬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던 2000년대 초 카위자크 장관의 지역구에 있는 한 조합에 45만 유로의 세금 추징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카위자크의 개입으로 이 조치가 취소됐으며 이후 그는 계속 한직으로만 돌았다. 그러던 중 2008년 카위자크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개인 납세 현황 파악차 세무자료와 함께 심층 조사를 벌였다. 그의 전직 동료들은 “가르니에는 기업 담당 세무공무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프로페셔널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보도가 나오자 카위자크 장관은 즉각 부인했다. 그러자 메디아파르는 6일 한발 더 나아갔다. 카위자크 장관이 2000년 말 재산관리인과 나눈 휴대전화 통화 내용 녹취록과 음성을 공개했다.

“UBS에 계좌가 있다는 게 정말 마음에 걸려. 거기에 계좌를 연 건 잘못한 거야. UBS는 비밀이 잘 지켜지는 은행이 아니잖아. 그 계좌를 폐쇄하려면 제네바에 가야 한다니 말이야. 위임장으로는 안 돼? 서류만 왔다 갔다 하면 되는 것 아냐?”

카위자크 장관의 발언 내용이 적나라하게 소개됐다. 메디아파르는 또 UBS에서 카위자크의 장관의 계좌를 담당하던 은행 직원 이름까지 입수했으며 많은 추가 증언과 증거 서류가 있다고 밝혔다.

카위자크 장관은 “녹음 음성은 내 것이 아니며 거짓 기사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사임할 의사가 없다는 것도 명백히 했다. 또 1994년 구입한 파리 아파트의 자금 출처를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하지만 르피가로 등은 “카위자크 장관의 음성이 맞는 것 같다”며 그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세무당국에 조사를 명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송전과 별개로 사회당 유력 정치인들의 금전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프랑스 언론은 보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국세공무원#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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