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법체류 쫓겨난 아버지, 생이별 아이들 찾아 6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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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T 엘살바도르인 사연 소개
본국에 양육기반 없으면 자녀들은 美보호시설 수용… 5000여명 부모와 헤어져

“아빠가 너희를 꼭 찾아갈게.”

미국 로스앤젤레스 불법체류자 수용시설에 오렌지색 옷을 입고 억류되어 있던 엘살바도르 출신의 루이스 로드리게스 씨(43). 그는 면회장 투명유리창 너머에서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여섯 살과 다섯 살 난 딸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가 지난해 5월 엘살바도르로 송환되기 직전의 일이다.

미국에 불법 체류하던 사람들이 적발돼 본국에 강제 송환될 때 자녀를 함께 데려갈 수 없어 또 다른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 언론이 전했다.

10대에 미국에 와 살아온 로드리게스 씨는 2008년 11월 로스앤젤레스의 한 마트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됐다. 금반지 3개를 약탈한 총기강도라는 혐의였다. 수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2009년 1월에 1차 추방됐다. 역시 밀입국자였던 부인은 2년 전인 2007년 추방됐다.

로드리게스 씨 부부가 모두 추방돼 두 딸은 불법체류자 자녀 보호시설에 보내졌다. 미국 법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로 송환되는 부모들은 본국에서 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아이들을 데려갈 수 있다. 로드리게스 씨는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집도 없고 고향은 갱단이 득실거리는 위험지역이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미국 땅에 두 딸을 남겨둔 로드리게스 씨는 아이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엘살바도르에서 과테말라와 멕시코의 약 3200km를 종단해 미국과의 국경까지 와 밀입국을 시도했다. 그는 멕시코 경찰에 두 차례 체포돼 본국에 송환됐으나 지난해 2월 9일 세 번째 시도 끝에 밀입국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경비대에 체포됐다. 체포되고 한 달 뒤 그는 로스앤젤레스 밀입국자 수용시설에서 두 딸과 면회를 할 수 있었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며 눈물만 흘려야 했다. 그는 미 당국에 망명 신청도 했지만 기각돼 지난해 5월 다시 본국으로 추방됐다. 더욱이 한 달 뒤에는 미국 법원에서 열린 결석 재판에서 자신의 양육권도 박탈당했다. 로드리게스 씨는 그 사실도 몰랐다. 얼마 뒤 두 딸은 어느 부유한 가정에 입양됐고 그 후 소식이 끊겼다.

그는 올 2월 다시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체포돼 몇 달간 수감생활 끝에 또 추방됐다. 그가 4년 가까이 네번의 밀입국을 시도하며 헤맨 거리는 2만5000km가 넘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일 그의 사연을 전하며 자녀와 강제로 헤어진 불법체류자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2008년 이래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체류자는 100만 명 이상. 로드리게스 씨의 두 딸처럼 추방된 부모와 헤어져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는 5000여 명이나 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불법체류#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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